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낸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 내 지분 구조의 윤곽이 공개됐다.
'한·미·일 연합군' 도시바 반도체 인수 구조 들여다보니…
2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대략적인 출자총액이 2조엔(약 20조5300억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분 구조와 참여자별 출자금액 등은 아직 유동적이다. 다만 큰 틀에선 일본계 자본이 안정적인 과반 지분을 확보해 기술 유출 우려를 잠재우고, 고용 안정에 대한 믿음을 굳히는 식으로 구조가 짜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도시바메모리의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지분 50.1%(약 3000억엔)를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확보하고 16.5%(약 1000억엔)는 일본 정책투자은행이 출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계가 의결권이 있는 지분의 66.6%를 확보해 ‘한·미·일 연합’의 핵심을 일본 자본이 차지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일본 언론도 ‘일본 세력이 과반수 출자’(요미우리신문) ‘일본세가 3분의 2 출자’(마이니치신문) 등을 강조하며 일본세가 주도권을 잡은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자본이 주도권을 쥔 모양새지만 베인캐피털, SK하이닉스 등 외자계가 들러리를 선 것도 아니다.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는 33.4%의 지분을 공동 확보해 주요의안 거부권을 손에 쥐었다.

‘한·미·일 연합’의 출자금 중 8500억엔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매입에 쓰인다. 우선주의 4분의 3은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의 외국 자본이, 4분의 1은 정책투자은행이 출자한다. 자금융통을 위해 도시바의 주요 채권은행단이 5500억엔을 대출해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도시바 주거래 은행들은 월말을 맞아 2800억엔 규모의 도시바에 대한 신용공여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한·미·일 연합’이 구체적인 인수작업을 벌이는 데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도시바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최대 변수다. 도시바 합작사인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메모리 매각 자체를 반대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매각금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두 시간 만에 나온 웨스턴디지털의 반대성명에는 이례적으로 SK하이닉스 사명이 거론되는 등 견제 움직임이 심상찮다. 아사히신문은 “웨스턴디지털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최악의 경우엔 14일께 나올 매각금지 소송 결과에 따라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일 연합’이 다양한 국적에 다수 멤버가 참여하는 만큼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