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송강호 류준열 유해진 장훈 감독/사진=변성현 기자
'택시운전사' 송강호 류준열 유해진 장훈 감독/사진=변성현 기자
"'택시운전사'는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상식과 도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아픈 현대사를 다루고, 이를 연기할 자질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전작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마음에서 떠날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 송강호가 신작 '택시운전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택시운전사' 제작발표회에서 송강호는 "광주의 뜨거움과 열정, 열망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을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한다.

우여곡절 끝에 광주에 도착한 두 사람은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평범한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을 만난다. 이렇게 만난 네 사람은 광주 민주화 운동의 현장을 직면하면서 평범한 시민의 갈등과 선택을 보여준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실상을 알린 인물.

영화는 그가 광주까지 닿을 수 있게 도움을 준 김사복(익명)과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풀어냈다.
'택시운전사' 송강호 류준열 유해진 장훈 감독/사진=변성현 기자
'택시운전사' 송강호 류준열 유해진 장훈 감독/사진=변성현 기자
'효자동 이발사'(2004), '변호인'(2013) 등에서 역사 속에 박제된 실존 인물을 현대로 불러들였던 배우 송강호가 다시 한번 시대의 얼굴을 대변한다.

송강호는 11살 딸을 키우는 홀아비 택시운전사 만섭역으로 분해 광주를 목격한 소시민의 심경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는 아픈 현대사를 표현해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처음에는 작품을 고사했었다가 긴 고민 끝에 출연했다.

송강호는 "우리가 모르는 지점들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해 역사의 사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80년 광주를 다루지만 밝고 유쾌한 지점들이 있다"라며 "이 영화를 통해 비극과 아픔을 되새기자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덧붙였다.

송강호가 광주까지 택시로 인도할 이는 위르겐 힌츠페터(피터)역의 토마스 크레취만이다.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던 이 배우는 '택시운전사'의 취지를 알고 무척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은 "피터 역은 독일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아니스트'를 감명 깊게 봤던 터라 시나리오를 번역에 보냈는데 집으로 초대를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 출연을 설득하러 갔는데 영화에 대해 공감을 해줬고 되려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표현해줬다.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피터와 만섭이 만나게 된 광주의 얼굴 황태술 역에는 유해진이 자리했다. 그는 평범한 가장으로 손님이 오면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해야 하고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은 돕고 보는 인간적인 택시기사다. 유해진은 황태술의 얼굴로 당시 광주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의 파고를 투영시킨다.

유해진은 "광주항쟁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이렇게 큰일인지 몰랐다. 세월이 가면서 다시는 있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하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80년에 태어나지 않았던 배우 류준열(86년생)은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것이 꿈인 꿈 많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 역으로 당시 광주에 살고 있었을 법한 평범한 청춘의 얼굴을 그렸다.

류준열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시간이었지만, 그렇기에 도전하고 싶었다"라면서 "부모님과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됐고, 이 작품이 소시민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포스터 /사진=쇼박스
'택시운전사' 포스터 /사진=쇼박스
지난해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수면 위에 오른 만큼 장훈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장 감독은 "소재가 광주이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준비를 했다"면서도 "지금은 시대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다른 분위기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라고 안도했다.

또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의 시대적 배경 탓에 관객들이 선입견을 품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 영화도 다른 어떤 대중 영화와 차이가 없다"라며 "기분 좋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면 훨씬 많은 감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 잊지 못할 아픔의 본질을 알게 됐다"라며 "힌츠페터 기자의 용기와 진실에 대한 열정을 보면서 배우로서 숭고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택시운전사'는 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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