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소설가 김동리
1995년 6월17일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김동리는 황순원과 더불어 한국 현대 소설의 두 거목(巨木)으로 꼽힌다. 1935년 ‘화랑의 후예’를 시작으로 1980년대 말까지 작품 활동을 했다. 《무녀도》《역마》《황토기》《등신불》등이 유명하다. 이 중 상당수가 중·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김동리는 1913년 12월21일 경북 경주에서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김시종. 동리는 호(號)인데 18살 터울인 큰형 김범부가 지어줬다. 김범부는 당대에 양주동·최남선과 함께 ‘3대 천재’로 불린 동양철학자다. 김동리 소설에 한국의 토속성, 샤머니즘 색채가 짙은 것은 고향 경주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가 자란 경주 성건리는 경주에서도 변두리로 전형적인 농촌이었고, 김유신 장군 묘가 자리했다. 또 이 마을은 무당촌으로 불릴 만큼 무당이 흔했다고 한다.

김동리는 중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유학 갔지만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 등을 탐독하며 문학에 빠져들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중퇴하고 부산 큰형 집에 머물 때는 400~500권의 철학책과 문학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는 1934년 22세의 나이에 시 ‘백로’로 신춘문예에 입선했고, 이듬해 단편소설 ‘화랑의 후예’가 또다시 신춘문예에 당선돼 소설가로도 등단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