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사람들 - 전대경 미듬영농조합법인대표
쌀 가공식품으로 작년 28억 매출
귀농인 땅 분양부터 판로까지 책임
'100인의 농부' 프로젝트 새 도전
스타벅스의 이 농산물 메뉴를 도맡아 공급하고 있는 쌀 농부가 있다. 경기 평택 미듬영농조합법인의 전대경 대표(48)가 주인공이다. 1989년 고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아버지를 도왔으니 농사 경력이 30년이 다 돼간다. 지난달 평택시 오성면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시장 밖에서 결정되는 쌀값
전 대표는 영농후계자였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의 일과는 새벽 5시, 논에서 시작됐다. “두 시간 동안 논을 정리한 뒤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어요.” 쌀을 많이 재배해 내다 파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그가 쌀에서 뻥튀기로 눈을 돌린 것은 2007년부터다. 그해 미듬영농조합의 쌀농사는 ‘대실패’였다. 미듬영농조합의 실수는 없었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정부가 북한에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국내 쌀 재고량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었다. 쌀값은 폭락했다. 전 대표는 “쌀값이 정치 상황에 민감하다는 걸 실감했다”며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공식품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제품이 된 ‘쌀과자 뽁뽁이’
그 무렵 스타벅스는 사회공헌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2007년 경기도와 협약을 맺고 우리 농산물로 만든 메뉴를 개발했다. 시작은 떡이었다. 떡은 실패였다. 스타벅스엔 냉동 물류망이 없었다. 품질 유지기한은 단 하루. 남는 것은 버려야 했다. 그러던 중 스타벅스가 새 상품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 대표는 즉시 찜 케이크를 스타벅스 푸드 개발팀에 보냈다. 떡을 컵케이크처럼 만든 제품이다. 하지만 찜 케이크도 식감만 바뀌었을 뿐 냉동 유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스타벅스 푸드팀 회의는 길어졌다. 배고픈 팀원들은 찜 케이크를 배송한 상자 안에 있던 과자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전 대표가 배송 과정에서 찜 케이크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충전재’로 뽁뽁이 대신 넣어 보낸 쌀과자였다.
“의외로 괜찮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찜 케이크 회의는 쌀과자 회의로 바뀌었다. 전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타벅스가 원하는 스펙에 맞게 쌀과자를 고급화하고 라이스칩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2009년의 일이다.
◆라이스칩에서 옥고감까지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듬영농조합의 쌀과자류 제품은 3년 만에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전 대표는 에너지바 형태의 라이스바, 과일을 말린 리얼후르츠 시리즈 등으로 제품을 확대했다. 2015년 경기도 농산물을 그대로 담아 판매한 옥고감은 당시 스타벅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해 미듬영농조합법인이 가공식품을 판매해 벌어들인 매출은 28억원에 달했다. 스타벅스 외에도 농협 하나로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채널에서 제품을 팔았고 아시아나항공과 삼성웰스토리도 미듬의 제품을 쓴다.
미듬영농조합의 쌀과자류는 모두 친환경 쌀로 만든다. 전 대표의 평택 오성면 논에는 우렁이가 함께 산다. 논 4950㎡(1500평)당 20~30㎏의 우렁이를 키운다.
◆귀농인 새 모델 ‘100인 농부’
전 대표에겐 또 하나의 직업이 있다. 바로 ‘마을 비즈니스 기업가’다. 그는 요즘 평택시 공무원을 많이 만난다. 오성면 일대를 이름 있는 관광지로 만드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100인의 농부’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귀농인에게 한 명당 165~330㎡(50~100평) 정도의 밭을 분양하고 농사를 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 대표는 이 밭에서 재배한 채소류 등을 미듬영농조합에서 수매하고 일부는 지역 식당에 납품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기존의 귀농 지원사업이 농지를 빌려주는 데 그쳤다면 100인의 농부 프로젝트는 판로까지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한걸음 더 발전한 형태의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평택=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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