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사청문회, 개선이 필요하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도입됐다. 16대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한나라당의 선거 공약이었다. 2003년 1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2005년 7월에는 국회법 개정으로 모든 국무위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 인사권 행사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도입됐다.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다. 그러나 지금까지 열린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보다 도덕성 검증에 집중됐다. 정치권의 대립 구조가 투영돼 여당은 후보자 방어와 옹호를, 야당은 후보자 흠결을 부각하는 일이 잦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으로 후보자는 상처를 입고, 천신만고 끝에 임명되더라도 국민의 뇌리에는 이미 ‘부도덕한 사람’으로 각인되곤 한다. 자질이나 능력과 무관하게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장관이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국무총리나 대법원장 등 국회의 임명 동의가 전제되는 직위와 달리 정부부처 실무를 담당하는 장관은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어 더욱 문제일 수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장관 등 정부 각료의 경우엔 2% 정도만이 탈락한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는 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리 정부에서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치밀하고 촘촘한 검증을 하고, 국회는 정책 능력 검증에 집중하는 덕분이다.

영어로 청문회는 ‘hearing’이다. 청문위원이 국민을 대신해 듣는 자리라는 뜻이다. 미국에선 정책 능력과 업무 방향에 대해 후보자의 의견을 길게 듣는 자리로 인사청문회가 기능한다. 한국에선 병역,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등 후보자 개인과 가족의 과거사를 청문위원이 질타하는 자리다. 후보자의 말은 생략되거나 발언 기회 자체가 박탈되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 같은 분이 우리나라 장관으로 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분들조차 한국에선 장관 되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출생의 미스터리’ ‘가족을 버리고 가출한 사람’ ‘나라를 바꿔가며 줄을 선 철새 정치인’이라 비난받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 비리는 사전 조사로 철저히 거르고,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업무 능력과 부처 운영 방향에 대해 듣는 기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고원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wonseok.ko@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