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폭발물 피의자 "해외 폭탄테러 뉴스 보고 범행 결심"
연세대 공과대학 교수실 앞에 사제폭발물을 설치해 교수를 다치게 한 피의자가 지난 4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벌어진 폭탄테러 뉴스를 접한 뒤 폭발물을 이용한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4일 “피의자 김모씨(25)가 4월 벌어진 폭탄테러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접한 뒤 폭발물을 이용해 김모 교수를 다치게 할 마음을 먹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김씨에게 폭발물 사용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텀블러를 이용해 박스 테이프를 뜯으면 기폭장치가 작동하는 형태의 폭발물을 제조했다. 안쪽에는 뭉툭한 나사못을 넣었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이슬람국가(IS) 테러단체들이 사제 폭탄을 만들 때 자주 쓰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시중에서 재료를 구입한 뒤 사전 지식을 이용해 폭발물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지도교수였던 연세대 공대 김모 교수를 공격한 대학원생 김모씨(25)가 폭발물을 제조한 하숙집. 연합뉴스
지난 13일 지도교수였던 연세대 공대 김모 교수를 공격한 대학원생 김모씨(25)가 폭발물을 제조한 하숙집. 연합뉴스
지난 10일 폭발물을 완성한 김씨는 사흘 동안 범행을 망설이다 13일 실행에 옮겼다. 알리바이를 꾸미기 위해 범행 당일 새벽 해당 건물 연구실에서 3차원(3D) 프린터를 돌리기도 했다. 13일 새벽 2시께 학교 인근의 하숙집을 나섰고, 연구실에 도착해 작업한 뒤 오전 7시40분께 미리 준비해둔 폭발물을 교수 연구실 문 앞에 갖다두고 다시 하숙집으로 귀가했다. 피의자는 체포 당시에도 “내가 하지 않았고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것도 연구를 하다 잠을 깨기 위해 돌아다닌 것” 이라며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7시께 경찰서로 임의동행한 김씨는 경찰이 제시한 수술용 장갑 등의 증거물을 본 뒤 범행을 인정했다.

여러 추측이 제기된 범행동기에 대해 경찰은 말을 아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명예훼손 여부나 유사범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나 폭탄 제조 방법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살해할 의도는 없었으며 상해만 입힐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실제 화약 발화를 통해 소형 나사가 밖으로 튀어나왔을 경우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뒤 범행동기를 규명할 계획이다.

앞서 13일 오전 8시30분께 연세대 1공학관 4층의 김모 기계공학과 교수(47) 연구실에서 사제 폭발물이 연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김 교수는 목과 손, 가슴 부위에 1~2도 정도의 화상을 입고 인근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