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이달 3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앞으로 구성될 노·사·민·정(勞使民政) 협상을 통해 ‘경제민주주의’를 풀어 나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타협을 하려면 노조도 양보하라”는 압력을 미리 막기 위해 총파업으로 기선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시급(時給) 1만원 인상 등 다양한 이슈로 이해 집단들의 공동투쟁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에서 총파업을 ‘사회적 총파업’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명분이 없다. 민주노총의 주력부대인 공기업 노조와 금속노조 등은 그들이 위한다는 비정규직과 하청기업 근로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고(高)임금과 갖은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 ‘노동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란 말을 듣는 이유다.

지난 4월에는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가 비정규직 조합원을 노조 밖으로 내몰아 ‘귀족노조의 민낯’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올초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채용을 빌미로 거액을 챙긴 한국GM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적발됐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기업 노조와 대기업 강성 노조 탓에 노동시장의 모순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을 100으로 볼 때 대기업 비정규직 62, 중소기업 정규직 52, 중기 비정규직 35일 정도로 소득 양극화가 심각하다. 저(低)성과자 해고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아래 귀족노조가 버티고 있으니,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저임금 비정규직을 늘리게 된 것이다.

쟁의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지만 지금은 정부와 노동계가 맞서고 있는 현안도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친(親)노동 행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실력 행사에 나선다면 개별 기업과의 임금·단체협약과 향후 노·사·민·정이 참여할 ‘사회적 대타협’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술수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왜곡된 노동시장과 대기업 노조에 희생을 강요받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