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광고비는 결국 비용 증가로 이어져 치킨값 인상의 요인이 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광고비 늘고 상품개발비 줄고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BQ치킨은 지난해 광고·판촉비로 128억원을 썼다. 이 업체는 지난해에도 129억원을 광고비로 사용했다.
반면 상품개발비는 1억6000만원으로, 광고판촉비의 8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4년 2억4000만원에서 2015년 1억8000만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교촌치킨도 지난해 147억원을 광고·판촉비로 집행했고 BHC와 굽네치킨도 각각 101억원, 98억원을 썼다. 이들 업체도 매년 연구개발비는 5000만원~2억원을 쓰는데 그쳤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메뉴로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어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더 쉽게 각인 되느냐로 매출이 결정된다"며 "100억원이 넘는 광고비는 앞으로도 늘면 늘었지 줄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킨업계가 과도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연예인을 동원한 광고에 집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러나 업체들의 이같은 광고비가 치킨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최대 가맹점을 보유한 BBQ는 지난달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20가지 치킨 제품 가격을 900원~2000원 올려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2만원 안팎까지 뛰었다.
BBQ에 이어 교촌치킨과 KFC 등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치킨업계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닭고기가 부족한데다 가맹점주들의 인건비와 임대료가 상승한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과 소비자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BBQ치킨은 가격 인상과 관련해 "(가격) 인상분 중에서 본사가 가져가는 몫은 1원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다.
하지만 BBQ는 가격 인상분 중 500원을 본사 광고비 분담을 목적으로 내라고 가맹점주들에게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결국 광고, 마케팅비가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차라리 인상분 중 몇 %는 마케팅이나 광고비로 사용하겠다고 미리 밝혔으면 지금처럼 반발이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BBQ치킨 관계자는 "연구개발 인력에 투자하는 비용은 별도로 산정되기 때문에 상품개발비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다"며 "매년 더 좋은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양계협회 "비싼 치킨 불매 운동"
이런 가운데 대한양계협회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치킨 한 마리당 2만원 이상인 이른바 '비싼 치킨'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양계협회는 치킨업체에 공급하는 닭고기 가격은 연말 대량 계약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AI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닭고기 유통 원가와 부대비용, 인건비 등을 감안했을 때 마리당 2만원은 폭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BBQ를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치킨업체들이 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상식을 넘어선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 건 문제"라며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비용 발생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불거진 BBQ의 광고비 떠넘기기와 치킨업계 가격 담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치킨업체들 간 가격 담합 여부 조사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가격 인상 추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