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대리] 독신선언 나서는 '비혼족' 직장인, 파티 열고 지인 불러 '축의금 회수'…동기 회식 비용 패스권 얻기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결혼식 줄 잇는 6월 비혼족들의 웃픈 계절
결혼식 대신 ‘비혼식’
이런 이유로 결혼하지 않은 직장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축의금을 보전받고 있다. 건설업체에서 일하는 강 대리(32)는 최근 ‘동기 회식 비용 패스권’을 얻었다. 그는 3년 전부터 여자 친구와 ‘결혼 없는 연애’를 하기로 약속한 비혼족이다. 지난달부터 사내 축의금으로만 자취방 월세만큼의 돈이 나가자 고민 끝에 아이디어를 냈고, 결혼한 동기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강 대리뿐만 아니라 다른 비혼족들도 앞으로 동기끼리 회식할 때는 비용을 내지 않기로 했다. 강 대리는 “축의금으로 나가는 돈이 평소 회식 때 내는 비용보다 훨씬 크긴 하지만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부서 내에도 비슷한 방식을 제안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예 ‘비혼식’을 여는 경우도 있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대신 미리 축의금만큼 돈을 챙기는 것이다. 디자인업체에서 일하는 박 과장(38)은 지난달 친구와 지인을 초대해 파티를 열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덕담과 함께 축의금조로 돈을 냈다. 박 과장은 행사가 꽤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제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평생 아무에게도 축의금을 안 내고 살 수는 없잖아요. 비혼식을 통해 앞으로의 인생도 축하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야근·특근 우선 동원 ‘억울’
결혼하지 않아 생기는 불편은 직장 내 일상에서도 이어진다. 한 정보기술(IT)업체에 근무하는 장모씨(32)는 팀에서 유일한 미혼이다. 이런 이유로 주말·공휴일 근무에 가장 먼저 동원되기 일쑤다. 팀장은 ‘챙겨야 할 가족이 있는 다른 팀원을 위해 희생해 달라’고 한다. 장씨도 팀장 말에 공감은 하지만 비혼자도 가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주지 않는 것 같아 못내 섭섭하다. 그는 “이달 초 황금연휴 때도 하루 빼고 모두 출근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싱글이어도 동생과 부모님 등 챙겨야 할 가족은 다 있어요. 혼자라서 서러운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니 마음이 더 무겁네요.”
플랜트 기업에 다니는 박 대리(32)는 올해 초 원치 않는 해외 근무에 차출될 뻔했다. 체류 기간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데다 당장은 급여 이점도 크지 않아 다들 손사래를 치던 자리였다. 직장 상사들은 “아내와 두 살 딸이 있는 최 대리보다 결혼 안 한 네가 가는 것이 낫지 않냐”며 설득을 거듭했다. 어쩔 수 없이 짐을 쌀 처지에 내몰렸다가 계약이 늦춰지면서 올해 해외 근무는 간신히 피하게 됐다. “올해는 가까스로 해외 근무를 피했지만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가짜 청첩장이라도 돌려야 하나 싶다니까요.”
결혼 안 했으면 사내 혜택이 절반?
미혼 또는 비혼족 직장인의 고민은 또 있다. 결혼을 전제로 짜인 사내 복지 시스템 때문이다. 한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박 대리(29)는 요즘 상사들과 얘기할 때마다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 회사가 자녀 학자금 지원을 늘리기로 결정해서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박 대리가 자녀 학자금 대신 본인의 학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당연히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내 복지를 늘리는 데는 동감하지만,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몇 백만원씩 손해보는 느낌이라 속상할 때도 있어요. 비혼족뿐만 아니라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사내 복지도 이원화해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런 분위기에 맞춰 복지 시스템을 바꾸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김 대리(29)는 다음달부터 월 5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독신을 선언한 경력 5년 이상 직원이 반려동물을 키울 경우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회사가 결정하면서다. 자녀가 있는 기혼자에게 자녀 수당을 주듯 독신자에겐 반려동물 수당을 줘 형평성을 조금이라도 맞춰보자는 취지다. 김 대리는 “회사의 참신한 사내 복지 확대 정책에 젊은 직원들의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결혼할 사람 있다”는 거짓말도
비혼족이 아닌 직장인들에게도 결혼은 항상 고민거리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씨(36)는 벌써 3개월째 주변에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 원활한 직장 생활을 위해서다. ‘대외용’ 애인이 없던 시절 최씨는 미혼 직원에 대한 상사들의 쓸데없는 배려와 관심에 시달려야 했다. 한 팀장은 거래처에서 젊은 남성 직원이 찾아오자 최씨를 불러 ‘즉석 소개팅’을 시키기도 했다. 회식 때 “부모님 생각도 하라”는 잔소리는 예사였다. 최씨가 “만나는 남자가 생겼다”고 둘러대기 시작한 이유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