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지수를 대표하는 페이스북, 아마존, 알파벳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넷플릭스를 포함, 이른바 팡(FANG)으로 불리는 이들 종목의 주가는 3% 넘게 빠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시가총액 1위 애플 주가도 3.9% 빠졌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2.3% 주저앉았다. 이 결과 나스닥지수는 1.8%, 나스닥 상위 100개 기업을 대표하는 나스닥100 지수는 4%가 폭락했다.
뚜렷한 이유가 없이 IT기업의 주가가 폭락하자 골드만삭스는 '밸류에이션 에어포켓(air pocket'에 빠졌다는 분석보고서를 냈다. 올들어 30% 이상 팡(FANG)기업의 주가가 급등하자 큰 폭의 조정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동시에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매물이 쏟아졌다는 설명이다.
에어포켓은 비행 중에 항공기의 양력이 급감하는 하강기류가 흐르는 구역을 뜻한다. 순간적으로 항공기의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현상이 발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팡' 주가에 경고음이 커졌다며 기술주의 급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이달 매물로 나온 IT기업의 주식규모는 1000억달러에 달하면서 투자자들이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중 다우지수는 0.42% 상승했고, S&P500지수는 0.13%의 미미한 조정을 받는 수준에 그쳤다.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오후 들어 급등했지만 오전에는 전 거래일보다 6.5% 하락한 9.65까지 하락하며 1993년 이후 2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기됐지만 투자심리는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수 획득에 실패하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증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이날 뉴욕증시의 변동성은 거의 없었다”며 “나스닥 지수와 달리 IT 상위기업들의 지수영향력이 2% 미만에 불과한 S&P500 지수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금융과 에너지기업의 영향이 큰 다우지수가 오히려 상승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증시하락에 베팅하는 선물거래도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
나스닥 지수를 견인해온 IT대표기업들의 주가하락이 일시적일지, 추가조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뉴욕증시 전반의 펀더멘탈(기초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 연기금의 투자전략가는 “증시가 서머랠리로 이어질지, 차익을 실현하고 시장을 떠나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조정국면으로 이어질지는 경기지표와 기업들의 2분기 실적전망에 좌우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