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국가 차원의 먹거리 전략 수립을 추진한다. 식품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세워 생산과 공급, 안전, 식생활 등을 아우르는 장기 전략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먹거리위원회(국가식품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최소 5년 단위의 ‘국가푸드플랜’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이런 내용의 국가푸드플랜 수립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푸드플랜은 부처별로 쪼개진 식품 관련 정책을 총괄·조정하고 통일성을 높이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공급체계를 위한 국가 차원의 먹거리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식품정책 총괄조직 신설…'푸드플랜' 새로 짠다
5년 단위 먹거리 계획 세운다

국내 먹거리 정책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먹거리 수입이 늘어 식품안전 위험은 높아진 반면 국산 농산물 생산·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비만 등 성인병 유병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영양 불균형 문제 또한 대두되는 실정이다.

이에 농업·식품 관련 학계 등에선 “식품 생산과 공급, 안전, 영양 정책 간 연결고리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국가푸드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국내 먹거리 관련 정책은 농식품부(식품 생산, 진흥) 해양수산부(수산물) 식품의약품안전처(식품안전) 보건복지부(영양 관리) 교육부(급식 관리), 환경부(먹는 물, 음식물 쓰레기) 등에 나뉘어 있다.

식품정책 부서가 이렇게 쪼개져 있다 보니 각 부처가 추진하는 정책 목표와 전략이 상호 충돌하는 사례도 빈번히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학교급식 최저가 입찰제로 좋은 식재료가 학교에서 사라진 역설 △나트륨·당류 저감 정책으로 김치 등 전통식품 존립기반 위협 △식재료 생산지에 대한 고려 없이 이뤄지는 취약계층 영양지원 사업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 과정에서 농식품부와 환경부 간 갈등으로 정책 혼선을 빚은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선진국은 이미 푸드플랜 수립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등 해외 선진국은 2010년대를 전후해 국가푸드플랜을 수립, 체계적인 먹거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2010년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푸드시스템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당시 고든 브라운 내각은 ‘식품 소위원회’를 구성해 범부처 차원의 먹거리 정책 비전과 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했다. 프랑스도 2010년 ‘국가식품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정부, 생산자, 소비자, 유통, 외식 등 8개 부문 55명이 참여하는 ‘국가식품의회’를 구성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했다. 같은 해 일본도 범부처 기구인 ‘먹거리에 관한 미래 비전 검토본부’를 설치하고 ‘먹거리 미래비전’을 내놨다.

농식품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가푸드플랜 수립 작업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 생산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가식품정책위원회를 설치해 5년마다 장기계획 수립을 총괄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가 차원의 5년 단위 식품 정책 종합계획 수립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을 개정하거나 새로 ‘국가식품기본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