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하는 일이 점입가경이다. 최민희 국정위 경제2분과 자문위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 기본료 폐지’라는 공약 이행 방안을 가져오지 않는다며 “미래부의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래부가 왜 공약 이행 방안을 바로 낼 수 없는지 저간의 사정은 무시한 채 기본료 폐지안을 당장 갖고 오라는 협박이다. 국정기획위가 뒤늦게 보고를 받겠다고 했지만 ‘완장 찬 점령군’행태가 따로 없다.

기본료 폐지 공약은 통신요금에 포함돼 있는 월 1만1000원의 기본료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기본료는 통신망 인프라에 쓰이는 비용이니 망 설치가 끝났으면 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맞는 얘기일까. 망은 설치만 하면 끝이고 유지·보수 따위는 신경 안 써도 된다는 건지, 또 차세대 망 투자는 누가 무슨 돈으로 하라는 건지에 대해선 일절 말이 없다.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이 국제적으로 어느 수준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 밖이다. 더구나 상당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LTE 요금제에는 기본료 항목이 들어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국정위는 막무가내다. 시민단체 주장만을 진실로 여기는 상황에서 전문가나 사업자 의견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대통령 공약대로 무조건 폐지하라는 식이다.

더 심각한 건 기본료 폐지 압박이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말고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요금인가제만 해도 그렇다.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 인상 시 개입하는 것이어서 기본료 폐지는 그 대상이 아니다. 초법적, 반(反)시장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서라도 기본료 폐지를 관철한다면 그 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다. 다음에는 ‘공짜 통신비’ 공약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민간 통신사업자가 굳이 시장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결국 정부가 통신요금을 맘대로 하겠다면 궁극적으로 국유화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정부가 직접 망 투자도 하고, 서비스도 하고, 요금도 결정하면 된다. 정부가 원하는 게 이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