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카베·이솝우화 … 연극으로 만나는 그리스 고전
‘고전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고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리스 고전을 젊은 연극인들의 언어로 풀어낸 무대가 잇달아 펼쳐진다. 극단 산울림이 ‘그리스 고전, 연극으로 읽다’를 주제로 기획한 ‘2017 앙코르 산울림 고전극장’에서다.

창작집단 LAS는 7~18일 서울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헤카베’를 공연한다.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원작을 이기쁨이 각색·연출했다. 연극은 재물에 눈이 멀고 전쟁에 혈안이 된 자들에게 아들과 딸을 잃은 트로이의 전 왕비 헤카베의 이야기를 그린다. 절망에 빠진 헤카베는 다른 여성들과 공모해 트라케의 왕이자 아들의 원수인 폴뤼메스토르의 눈을 찌르고 그의 아들들을 죽인다.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의 법정에서 이 사건의 재판이 시작된다. 헤카베는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한다. 연극은 진실을 파헤쳐가는 공방을 통해 ‘무엇이 정의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공상집단뚱딴지는 고대 그리스 시대 노예이자 이야기꾼 아이소포스가 지은 우화 모음집 ‘이솝우화’(사진) 중 13편을 발췌해 연극으로 선보인다. 이달 24~25일, 다음달 1~2일 산울림 소극장 근처 경의선 책거리 야외무대에서 전석 무료로 공연한다. 연극은 각 에피소드를 계절의 변화 속에 녹였다. 떠나온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어른은 아이를 지키고, 슬픈 일은 한꺼번에 오지만 기쁜 일은 천천히 찾아온다는 원작의 메시지들을 구현했다. 서양악기와 함께 북과 장구, 꽹과리, 가야금 등 전통악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원작을 각색·연출한 황이선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찾고 진리에 가까운 얘기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이솝우화를 골랐다”며 “자연스러운 위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우화의 힘을 빌려 논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비극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연도 열린다. 김성헌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오는 29, 30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각각 ‘문화와 예술의 거리에 서다’ ‘그리스인 조르바와 만나다’를 주제로 강연한다. 강연은 무료며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