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길들이기' 행태 노골화…평양개최 부담 '부정적 기류' 강해져

북한이 6일 우리 정부를 향해 민간교류보다 6·15 공동선언을 먼저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평양에서 개최가 추진되는 6·15 남북공동행사를 우리 정부가 허용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결정이 향후 남북관계의 흐름을 좌우할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보수패당이 단절시켰던 일부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교류를 허용한다고 하여 북남관계가 개선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가, 아니면 동족대결을 추구하는가를 가르는 기본 척도"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6·15공동선언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6·15공동행사에 대한 허용 여부로 우선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행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전날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의 방북을 거부한 반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가 추진하는 6·15공동행사에 대해서만 협의를 계속 진행한 이유도 이런 흐름으로 보인다.

남측위는 당초 6·15공동행사를 개성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이 전날 답신을 통해 평양 개최를 고집하자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측위는 대표단 명단과 행사 내용 등 세부안에 대해 북측과 추가 협의를 거쳐 조만간 정부에 '평양 6·15공동행사'를 위한 방북신청을 할 예정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측위에서 방북신청이 들어오면 승인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6·15 남북공동행사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점점 짙어지는 분위기다.

우선 행사 장소가 평양으로 결정된 점이 부담이다.

6·15 공동행사가 평양에서 열리게 되면 아무래도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방북 인사 중 일부가 돌출행동이라도 한다면 시작부터 정부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지난 2001년 평양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한 우리측 인사가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내용의 서명을 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파문이 일었고, 결국 당시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으로까지 이어진 적도 있었다.

특히 북한이 다른 민간교류는 모두 차단한 채 6·15공동행사 개최만 요구하는 형국에서 이를 수용하면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진정으로 6·15공동행사를 원한다면 개성 개최는 왜 거부했느냐"면서 "과거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보였던 '길들이기' 행태가 재연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것도 '평양 6·15 공동행사'의 승인 여부에 대한 정부 기조가 더욱 신중해진 이유다.

물론 정부 내에선 6·15공동행사를 위한 방북을 승인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회복이 훨씬 더뎌질 것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평양 개최에 대한 부담에 북한의 노골적인 압박이 더해지면서 이런 주장은 점점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