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염분·봄 가뭄' 피해 반복, "한때 소나기로는 부족"

계속되는 가뭄 탓에 길거리 가로수들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가뭄이 반복되고 겨울철 적설량도 줄면서 잎이 누렇게 변하는 황화(黃化) 현상과 가지가 말라 죽는 고사지(枯死枝)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청은 지난달 중순부터 16t 살수차 3대를 임차해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가로수 13종 3만3천761그루에 물주기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 집단 고사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뿌리를 온전히 내리지 않은 가로수를 중심으로 잎이 누렇게 뜨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키가 작은 관목 일부에서는 꽃이 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말라 마치 고사한 것처럼 보이는 곳도 있다.

이들 가로수는 평소 아스콘과 타이어 분진, 겨울철 염화칼슘으로 1차 피해를 본 상태에서 최근 5년간 가뭄이 계속되면서 생육생태가 더욱 나빠졌다.

이 중에서도 잎이 크고 수령이 오래된 활엽수, 중앙분리대나 지하차도 상부처럼 토양이 얕거나 최근 복토한 지역, 새로 심은 지 1∼2년 된 나무 등에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가 지난달 15일 30개 노선에 심은 가로수 7만1천412그루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574그루가 죽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피해는 대부분 느티나무에 집중했으며, 물을 좋아하는 메타세쿼이아 수종도 일부 포함됐다.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실태조사 이후 2주가 지났기에 다시 조사해보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2주째 급수차(4∼16t) 12대를 동원해 나무 밑에 물을 주고, 물주머니도 달고 있지만 사실상 재해 수준의 상황이어서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범석 경인나무종합병원 대표는 "표토 아래 20㎝까지 적셔주려면 2시간 이상은 비가 내려야 하는데 30분 정도 쏟아지는 소나기로는 강수량이 절대 부족한 상태"라며 "가로수는 생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체력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단 하루라도 뿌리가 건조해지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