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한 진상조사 지시가 한·미 동맹과는 무관한 순수한 국내적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를 40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사드와 관련한 나의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최근 일련의 사드 관련 조치가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는 동시에 진상조사 지시 자체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적 조치에 한정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결정 바꾸려는 것 아냐”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한 사드 배치를 번복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는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결정한 것이며 전임 정부의 결정이지만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그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빈 원내총무가 “사드는 주한미군만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라 한국과 한국민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그 말씀에 공감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주한미군은 한국 방위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한·미 공조는 더 강화돼야 한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의 조치들이 절차적 정당성 확보라는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절차적 정당성 확보 방안으로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것은 환경영향평가와 의회 논의 두 가지다. “적법 절차를 통해 논의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더빈 원내총무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국회 논의는 이른 시간 내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국회 논의 전에 거쳐야 할 것이 환경영향평가로, 이는 시간이 소요돼도 민주 국가라면 당연히 치러야 하는 비용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中 사드 보복 조치는 여전해”

문 대통령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 “새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가 좋아진 듯하나 중국 조치들이 해제된 것은 아니다”며 “중국과 외교적 어려움을 겪는 것도 중국의 사드 반대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에 사전에 설명하는 절차가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김정은의 지속적 실험과 발표를 우려한다”는 더빈 원내총무의 말에 문 대통령은 “국제 공조를 통해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그런 과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며 이를 단숨에 이루기는 쉽지 않으므로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제재와 압박을 높여야 하며 중국과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김기만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