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수출도 막겠다는 정치인들…금융지원 끊는 법안 무더기 발의
국책은행과 연기금의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이 무더기로 국회에 발의됐다. 해외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국내 기업에 수출금융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은 지난 30일 국민연금법, 산업은행법,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에는 모두 해당 연기금·은행이 민간에 투자할 때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사회적 책임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새로 들어갔다.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반영한 업무계획을 반드시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조 의원 등은 “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데 한국이 공급한 자금의 상당 부분이 수은을 통해 이뤄졌다”며 “사회적 책임투자를 선도해야 할 공적 금융기관인 점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업계는 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해외 석탄화력 사업에 대한 수출금융이 원천 봉쇄될 것으로 예상하고 경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석탄화력 규제 강화를 뼈대로 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자 정치권이 이에 편승해 ‘석탄화력 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수은은 그동안 국내 기업이 참여한 주요 석탄화력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지난 4월엔 인도네시아 치르본2 석탄화력(1000㎿) 발전사업에 5억2000만달러(약 5800억원)를 지원했다. 중부발전과 삼탄 컨소시엄이 수주한 이 사업은 현대건설 등이 시공사로 참여한다.

국제적으로 투자의 사회적 책임은 점점 강조되는 추세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은 석탄화력 투자를 금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국 수출신용기관의 석탄화력 금융지원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최근 내놨다.

하지만 시장논리 작동 이전에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수출길을 막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OECD 가이드라인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량을 대폭 줄인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예외로 한다. 초초임계압 발전은 한국 일본 등만 보유한 최첨단 기술이다.

석탄화력은 국내에선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지만 개발도상국에선 여전히 매력적인 발전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기업 참여가 예정된 프로젝트도 많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탄화력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을 대폭 줄이는 등 기술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며 “단순히 환경논리로 수출길을 막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