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오프닝 파티 중인 ‘시카고’ 여배우들.
지난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오프닝 파티 중인 ‘시카고’ 여배우들.
미국 브로드웨이에는 한 작품을 십수 년째 연기하고 있는 배우가 많다. 뮤지컬 시장이 상대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낯선 얘기다. 장기 출연을 하는 배우들은 이를 어떻게 느낄까. 지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유명 뮤지컬 ‘시카고’를 길게는 19년째 공연하고 있는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한국을 찾았다. 시카고 등장인물인 마마 모튼 역을 19년째 하는 로즈 라이언(가운데), 벨마 켈리 역을 14년째 맡고 있는 테라 맥클라우드(오른쪽), 록시 하트 역을 9년째 하고 있는 다일리스 크로만(왼쪽) 등 ‘시카고 여걸 삼총사’가 그 주인공. 지난 27일부터 오는 7월2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무대에 오르는 시카고 오리지널 공연을 위해 최근 방한했다.

이들을 28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웰컴백 파티’ 자리에서 만나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여배우 세 명은 “매회 공연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출연해도 지루할 틈이 없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라이언은 “배우나 제작진이 바뀌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객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매번 다르다는 점”이라고 했다.

맥클라우드는 “시카고의 춤은 아무리 연습해도 완벽해질 수 없다”며 “점점 나아지는 내 모습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관객의 반응을 보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설명했다. 크로만은 “시카고 공연을 위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며 “내 몸이 허락되는 한 가급적 오래 이 공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한공연에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여배우 세 명이 한국말로 대사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지난 주말 공연에서는 극중 록시가 자신의 ‘애인들’ 역할을 맡은 남자 앙상블(코러스 배우)을 가리키며 한국말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장면, 벨마가 얄미운 짓을 하는 록시를 보고 한국말 욕설을 재치 있게 내뱉는 장면 등이 있었다.

공연을 기획한 신시컴퍼니는 브로드웨이팀뿐 아니라 시카고 한국 공연(2000년부터 2015년까지 10차례) 때 출연한 국내 배우들도 초청했다. 록시 역을 맡았던 가수 아이비는 “자연스러운 애드립이 돋보이는 무대였다”며 “배우들이 오랫동안 공연하며 각 장면의 분위기와 느낌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배우 삼총사는 한국 관객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크로만은 “한국 관객들은 공연할 때는 매우 예의 있고 주의 깊게 본 뒤 공연이 끝나면 전 세계 관객 중 가장 길고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