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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빗GO] D+1 '구의역 1주기'‥엄마의 절규는 생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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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의역 사고 1주기 하루 뒤
    말끔히 사라진 추모 조화과 메모들

    생생한 1년 전 김 군 어머니의 절규
    '위험의 외주화'는 제자리걸음
    국회 '구의역 사고 재발 방지법' 통과 0건
    [영상] 구의역 사고 D+1··· 사라진 추모 분위기


    서울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1주기 다음날 5월 29일. 뉴스래빗은 구의역을 다시 찾았습니다. 하루 전(28일) 만해도 가득했던 추모 메모와 국화꽃은 찾아 수 없었습니다. 서울 2호선은 언제 그런 사고와 추모가 있었냐는 듯 일상의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그나마 흔적을 찾을 수 있었던 건 김 군이 사망한 9-4번 승강장이었습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나다. 2016년 5월 28일 9-4승강장.
    안전문을 고치다 유명을 달리한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를 잊지 않겠습니다.
    시민과 노동자가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겠습니다"
    [래빗GO] D+1 '구의역 1주기'‥엄마의 절규는 생생한데
    당시 19살이던 김 군이 떠난 뒤 우리 사회는 많은 반성을 쏟아냈습니다. 담당 기관인 서울메트로는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안전관리업무직을 직영으로 전환하며 처우 개선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은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됐습니다.

    사회구조적 문제도 여전한 실정입니다. 사고 직후 성난 여론에 화들짝 놀란 정치권은 '구의역 사고 재발 방지법'을 앞다퉈 내놨지만 정작 국회 문턱을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1년 전,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김 군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시 김 군 어머니는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제발 도와달라"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김 군 어머니는 "힘이 없는 저는 여론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우리 아이의 잘못이 아님을 제발 밝혀달라. 그래야 우리 아이의 원통함을 풀고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를 억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 내내 슬픔을 감추지 못했던 어머니는 결국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우리 사회는 다시 비슷한 사건을 마주했습니다. 모 케이블 채널에서 조연출로 일하며 비정규직을 관리하던 이한빛 PD가 죄책감을 느끼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겁니다. 그리고 이 PD의 아버지는 추모식 당일(27일) 구의역 9-4번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습니다.

    “김군! 하늘나라에서 우리 아들 한빛이랑 만나서 행복하게 잘 지내기 바래. 남은 일은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어 줄 테니 부디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라오. 젊은이가 희망과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 줄게"

    다시 구의역 현장. 9-4번 승강장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북적거리던 어제와는 달랐죠. 내년 이맘 때면 다시 취재진과 사람들이 모일겁니다. 추모식은 매년 계속되겠죠.

    하지만 김 군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추모식에 참석해달라"가 아닐 겁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해결해달라"가 핵심이겠죠. 최근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소식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정규직 전환이 아닌 무기계약직 고용인 경우가 많지만 매년 해고 두려움에 떠는 계약직 근로자입장에서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소식이죠.

    김 군 어머니가 기자회견 도중에 한 말이 생각납니다. 김 군 어머니는 "전동차가 3분만 늦게 왔더라도 우리 아들 얼굴을 만질 수 있었을텐데..."라며 흐느껴 울었습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만 있었더라면 우리는 김 군을 살릴 수 있었던거죠.

    그는 떠났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김 군을 잃지 않도록 고민할 시간과 지혜가 남아 있습니다 !.!
    [래빗GO] D+1 '구의역 1주기'‥엄마의 절규는 생생한데
    # 래빗GO ? 사건사고 · 시위 현장, 주목받는 장소, 전시 · 박람회, 신규 매장 등을 찾아 공간이 지닌 의미 및 특징을 보여드립니다. 뉴스래빗의 시각과 평가가 담긴 이미지, 영상을 통해 독자가 현장감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뉴스래빗'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책임 = 김민성,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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