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유출 파문'에 뿔난 이스라엘…"미국 못믿어" 정보교환 규정 바꿨다
이스라엘이 미국과의 정보교환 규정을 바꾸면서 양국 정보기관 간 긴밀한 협력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로부터 받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유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미국과의 정보교환 규정을 수정했다고 밝혔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에베르만 장관은 이스라엘 국방부가 운영하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과 명확히 해야 할 사항 등을 점검해 일부 규정을 손봤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정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출한 기밀은 IS가 폭탄을 설치한 노트북을 비행기에 실어 공중 폭발시킬 것이라는 위협 관련 정보였다. 이스라엘이 IS에 심어둔 고위급 비밀정보원에게 확인한 뒤 기존 정보교환 규정에 따라 미국에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밀을 이스라엘의 사전승인 없이 러시아와 공유해 국내외 비난을 증폭시켰다. 이스라엘은 중요한 정보원을 위험에 빠뜨릴 위험이 크다며 미국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와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고위 외교관들과의 면담에서) 이스라엘을 결코 언급한 적이 없으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기밀 출처가 이스라엘이란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날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 경찰도 지난 22일 발생한 테러사건에 관해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영국 경찰은 정보 공유를 위해 미 정보기관에 전달한 테러사건 정보가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에 유출돼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