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 강등에 경제타격 걱정…시진핑 실정 부각 차단 의도인듯

중국이 24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자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반박 성명을 내놓은 것은 강등의 강도와 파장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잘못된 평가라는 반박을 통해 우려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면서도 연말 제19차 당대회라는 대규모 정계개편을 앞두고 최고지도부의 권위를 훼손할 위험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단계 강등한 직후 중국 재정부는 무디스가 부적절한 방법을 이용해 부당한 평가를 했다고 맞섰다.

이처럼 전광석화 반응은 이례적이다.

무디스가 작년 3월 2일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을 때 재정부는 당일 성명을 내놓지 않았고 그 다음날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 일부를 통해 무디스 평가의 타당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러우지웨이(樓繼偉) 당시 재정부장은 같은 달 21일에야 무디스의 등급 전망 조정에 대해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럼에도 중국 재정부가 이날 발빠른 대응을 한 데는 무엇보다 1989년 이후 28년 만에 이뤄진 무디스의 등급 강등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기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대로 놔둘 경우 여타 국제신용평사들은 물론 다른 나라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24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중국의 비금융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정부가 지속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통해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무디스의 견해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과대평가했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급측면 구조 개혁과 내수 확대 노력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선 과소 평가하고 부정적인 부분만을 부각시키는 잘못된 평가였다는 주장인 셈이다.

중국 재정부는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지난해 36.7%로 유럽의 60%에 미치지 못한다며 공급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과 합리적인 정부부문 부채관리, 성장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2018∼2020년 정부채무 위험 수준이 지난해와 비교할 때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무디스가 GDP 대비 정부 직접부채 규모가 내년 40%에 이어 2020년에는 4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것을 반박한 것으로, 큰 이상이 없는데 무디스가 괜스레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사실 중국내에선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중국만의 특색이 있는 시장경제시스템을 인정하기보다는 서구의 기준만으로 재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무디스·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에 맞서 다궁(大公)·청신(誠信)·롄허(聯合) 등 중국 토종 신평사들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우려고 노력해왔다.

여기에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신뢰도에 흠집을 냄으로써 경제 성장세 둔화와 부채 증가 등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국 토종 신평사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신평사가 중국 기업들의 회사채 97%에 대해 최우량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등 신뢰도 의문을 자초해 국제 신평사 평가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런 가운데 무디스의 중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대한 중국 재정부의 발빠른 대응은 최고 지도부 '보위'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근래 중국 안팎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지도부내 권력투쟁 및 부패 연루설 등이 제기되는 가운데 무디스의 등급 강등조치가 시 주석의 실정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연말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보호막을 치려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에 본부를 둔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23일 시 주석의 여러가지 실정(失政)으로 차후 장악력이 급격하게 약화하는 한편 현재의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돼 시 주석이 헌법상 임기 제한 조문대로 시 주석이 2022년 퇴임할 것으로 관측해 주목된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