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굿모닝 월스트리트] ‘애플+구글’ 시가총액, ‘유로존+ 일본’ 추월…다시 커지는 테크버블 경고음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인 알렉사에게 “아마존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뉴욕증시를 주도하는 나스닥의 테크기업의 주가에 대한 거품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과거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9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과 비교한 데이타가 이같은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22일(현지시간) 내놓은 투자보고서에서 글로벌 GDP(국내총생산) 대비 글로벌 시가총액 비율이 1999년과 2007년 당시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과거 두 차례의 증시붕괴를 초래한 ‘이벤트’에 맞먹는 수준으로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해석이다.

당시와 다른 점도 있다. 여전히 미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유가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기업들의 실적으로 뒷받침데는 펀더멘탈(기초여건)은 여전히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BoA는 그러나 거품붕괴의 경고음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며 오버슈팅에 대한 경계감을 표시했다. BoA가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강세및 약세장 지표(Bull & Bear Indicator)’는 7.3으로 2014년 7월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지표가 8.0에 도달하면 매수심리가 과도하며, 시장을 떠나야 할 때라는 신호가 된다”며 “투자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위험신호는 나스닥 지수를 끌고가는 애플과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아마존, 페이스북 등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과도한 주가상승이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날 8000억달러를 넘어서며 로스엔젤레스의 경제규모(8320억달러)와 맞먹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의 기업가치는 6540억달러로 시카고 경제규모(5810억달러)를 제쳤으며, 마이크로소프트(5240억달러)도 미 셰일원유의 거점도시인 텍사스주 제1의 경제도시 휴스턴(4790억달러)를 앞서고 있다. 아마존의 기업가치도 4620억달러로 수도 워싱턴(4540억달러)을 제쳤다. 구글과 애플의 시가총액을 더하면 1조4500억달러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1개국)과 일본 증시의 시가총액 합계(1조3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리스크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개의치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시장 분위기는 이전에 팽배하던 낙관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으로 증시가 폭락한 지난 17일 이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거래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월가의 한 투자전략가는 “지난 주 주간기준 하락세를 보인 뉴욕증시가 다시 반등한 것이 고무적”이라며 “강한 기업실적이 정치적 리스크를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추가랠리에 뛰어들겠다는 투자자가 줄어든 것은 불길한 징조”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