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3시20~30분. 유가증권시장 장 막판 동시호가 시간에 삼성전자 10만6624주가 한꺼번에 매매됐다. 이날 전체 거래량(35만2871주)의 30%가 넘는 규모다. 장 마감 전 10분간 2404억원어치가 거래됐다.

거래량이 일시에 폭증한 이유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줄어들면서 시총 비중에 따라 기계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매물을 쏟아냈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 2일 보통주 899만주와 우선주 161만주를 소각하면서 시총이 20조원가량 줄었다. 코스피200지수 등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등은 삼성전자 주식을 1%가량 처분해야 했다.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200과 연계된 인덱스펀드와 ETF 규모만 25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대규모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22일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자사주를 소각한 삼성전자의 변경상장일이 23일이었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 매니저들은 통상 변경상장일 하루 전날 종가로 거래를 한다. 지수를 따라잡는 데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매물폭탄’을 맞은 삼성전자 주가는 급락했을까. 아니다. 동시호가 10분간 주가는 2만4000원(0.1%) 올라 225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이어서 인덱스펀드의 주식 처분을 기다려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바겐세일’ 기회로 보고 매수에 동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5만1980주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26일 이후 가장 많은 수량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