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소통 통해 협업하고 융화돼
4차 산업혁명 이끌 큰 혁신 되는 법"
구자열 < LS그룹 회장·한국발명진흥회 회장 >
일상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위대한 발명이 개인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사례는 주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캠퍼스에서 가장 멋진 여학생과 남학생’이 궁금했던 한 컴퓨터공학도는 재학생의 실제 얼굴 사진을 온라인에 게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냈다. 사소한 호기심에서 개발돼 현재 월간 이용자 약 18억 명을 돌파한 페이스북의 탄생 비화다. 매년 50억 개 이상 생산되고 있는 주름빨대 역시 미국의 평범한 중년남성 프리드먼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발명됐다. 곧은 빨대로 밀크셰이크를 먹기 힘들어하는 딸을 위해 발명된 프리드먼의 주름빨대는 1937년 특허출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소한 아이디어가 쌓여 거대한 혁신을 낳은 기업도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의 대표적 혁신기술로 통하는 플라이니트(flyknit) 기술은 ‘고무 밑창을 붙인 양말’을 만들어보자는 한 직원의 엉뚱한 제안에서 탄생한 발명품이다. 가죽보다 가벼운 직물로 신발을 만들겠다는 작은 발상의 전환이 신발 제조 분야에 거대한 혁신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외에도 나이키는 ‘자동으로 끈을 조여 주는 운동화’로 미국 타임지 선정 ‘2016년 최고의 발명품’ 대열에 합류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다소 엉뚱하고 처음엔 무모하게 보이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소통하며 협업으로 발전시켜 이를 제품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실이다.
이처럼 사소한 아이디어가 탁월한 혁신으로 진화하려면 작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융합을 통해 더 큰 혁신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픽사의 공동 설립자 에드 캣멀은 기업 성공의 핵심 요소로 ‘브레인트러스트’라는 소통 메커니즘을 언급한 바 있다. 핵심 임원들과 영화 제작팀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 창의적 소통의 장을 통해 개인의 아이디어를 집단 창의와 협업으로 도출하는 것이다. 미 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온라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 중 한 명인 과학저술 작가 스티브 존슨 역시 “인류 역사에 등장한 대부분의 탁월한 혁신은 천재 한 명의 머릿속에서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 흩어져 있는 여러 아이디어가 교류하고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말하면서 작은 아이디어가 쌓여 만들어내는 협업적 혁신과 이를 가능케 하는 창조적 소통의 역할을 강조했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라 불리는 혁신적인 발명품들의 시작도 결국 사소한 아이디어가 쌓인 ‘집단 창의성’과 이를 혁신의 단계로 전개시키는 ‘창조적 소통’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외 기업은 물론 민·관 단체는 ‘혁신’을 통해 성장의 묘수를 찾고자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하지만 혁신은 멀리 있지 않다. 탁월한 혁신의 신화를 쓰기 위해서는 사소한 혁신부터 쌓아가는 게 먼저다. 그 사소한 혁신이 창의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 협업하고 융화되면서 견고해질 때 비로소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거대한 혁신으로 진화한다.
구자열 < LS그룹 회장·한국발명진흥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