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하청 대리점 직원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는 그동안 대리점 직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민주노총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지부)이 요구해온 직접 고용 요구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가 태도를 바꾸면서 하청업체를 활용하고 있는 다른 민간 대기업에도 적잖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하청업체 직원의 원청 정규직화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민주노총은 2011년 복수노조 체제 시행 이후 세력 확장을 위해 대리점·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첫 타깃이었다. 민주노총은 2012년 삼성전자서비스 대리점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원청이 근로감독을 하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파견이 금지된 업종에서 파견근로자를 쓰면 그 근로자를 원청이 직접 고용하라는 파견근로자보호법의 고용의제 조항을 활용한 전략이었다.

불법 파견은 고용노동부 조사와 1심 법원에서 부인됐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삼성전자서비스 사례를 발판으로 비정규직 노조를 지속적으로 늘려갔다. 2013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딜라이브(옛 C&M)와 티브로드에 비정규직 노조가 생겼다. 이어 2014년 4월에는 통신서비스업체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비정규직 노조가 들어섰다.

해당 기업을 상대로 한 노조의 정규직 채용 요구는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화 추진 이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각 기업 노조가 SK브로드밴드와 비정규직 노조 간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사내하청’ 문제도 같은 구조다. 제조업에 파견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은 공장 내 일감을 통째로 중소기업에 맡기는 사내하청을 주로 활용한다. 노동계는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 정규직과 같은 공정에서 일하면 불법 파견”이라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제조업 사내하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노동시장 경직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300명 이상 제조업체의 41.2%가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21일 내정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원·하청 구조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재벌개혁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모두 요직에 포진해 노동정책도 급진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