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4차 호황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급주택 대신 중산층 및 서민형 아파트가 뜨고 있는 게 특징이다.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호찌민시 전경.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호찌민시 전경.
베트남 사람들의 땅과 집에 대한 애착은 유독 강하다. 호찌민시만 해도 태국과 비슷한 열대기후지만 집의 벽 두께가 태국의 두 배가 넘는다. 오래 살 집이니 튼튼히 짓는다는 의미다.

사계절이 뚜렷한 북부 하노이의 노른자위 땅값은 서울 명동의 절반에 육박한다. ‘관광 와서 아파트 투자’하는 일이 가능하게끔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시장은 활황을 맞고 있다.

1986년 개방 이후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등락을 거듭했다. 1993~1994년 도시지역의 주택·상업용지에 돈이 몰렸다. 베트남 고위층의 ‘검은돈’도 이때부터 땅 매입 자금으로 본격 유입됐다. 2001~2002년엔 ‘비엣큐’라 불리는 해외 거주 베트남인들도 주택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주택시장이 들썩였다.

2007~2008년 활황기는 앞서 두 차례의 호황과는 달랐다. 이번엔 고급 아파트와 빌라시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2003~2007년 급격히 증가한 외국인 직접투자와 그에 따른 주식시장 활황은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풀었다.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의 자금은 고급 주택시장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전문가들은 다음 호황이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호찌민시에선 4만5000달러(약 5000만원) 이하의 아파트를 중저가 상품으로 본다. 이 정도면 실수요자들이 금융권 대출을 끼고 큰 가격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고 보는 수준이다.

관광비자로 들어온 외국인도 구입할 수 있다. 50년 한도이긴 하지만 연장도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고가 아파트 시장은 ‘거품론’이 불거지고 있다. 2015년 이후 착공한 고가 아파트의 공급 초과로 인한 임대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호찌민·하노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