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FROM 100] "로봇 점원 나오는데…'낡은 엔진'으로 일자리 정책 가동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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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FROM 100 - 새 정부에 바란다
일자리 만드는 주체인 기업, 일자리 창출 경제정책서 빠져
"5년내 모든걸 해결" 강박감 벗고 장기적인 경제 '틀' 제시해야
4차 산업혁명 새 패러다임에선 공공부문 비해 생산·효율성 높은
민간부문이 고용정책 핵심돼야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놔둔 채 정규직 확대만 집중땐 부작용 우려
일자리 만드는 주체인 기업, 일자리 창출 경제정책서 빠져
"5년내 모든걸 해결" 강박감 벗고 장기적인 경제 '틀' 제시해야
4차 산업혁명 새 패러다임에선 공공부문 비해 생산·효율성 높은
민간부문이 고용정책 핵심돼야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놔둔 채 정규직 확대만 집중땐 부작용 우려
“일자리 정책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주체인 기업이 빠져 있다.”(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전 통계청장)
“경직된 규제로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 성장이 필요하다.”(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참여를 이끌어낼 유인책 마련과 규제 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전문가가 주축이 돼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한국생산성본부 대강당에서 연 ‘새 정부의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밖에 안 돼 단정적인 평가는 이르다”면서도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으론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일자리, 공공부문만으론 한계
문재인 정부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다. 정부가 경찰, 군인, 소방관, 교사 등 공무원을 직접 뽑고 국공립병원과 어린이집을 지어 공공 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임기 중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지만 그 방법은 근로시간 단축 같은 일종의 일자리 나누기다.
이런 방식만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인실 교수는 “민간 부문에 비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뒤처지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하다 보면 미래 세대의 세금 부담과 재정 낭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공 부문이 고용 창출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 일자리는 실업률을 낮추는 보조 수단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 로봇 점원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이슈로 일자리 창출 문제에 접근하는 건 ‘낡은 엔진’으로 정책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규직 확대에만 집중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갑영 전 총장(FROM 100 대표)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생산성 향상 등 궁극적인 목표를 도외시한 채 정규직 확대에만 골몰하면 민간 부문에서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고령화·저(低)성장은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라며 “누가 더 고통스럽게 (개혁의 고통을) 감내하고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개혁 속도 내야”
전문가들은 구글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은 기존 기업과는 확장 전략이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정부가 직접 자금을 공급해 산업을 키우는 종전의 경제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빅데이터만 해도 정보 규제를 풀어줘야 산업이 획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접근 자체를 하드웨어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위원회 못지않게 시급한 것이 규제개혁위원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규제 개혁의 7할을 규제 완화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산업을 이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특정 집단의 지배의식을 없애야 한다”며 “규제로 인한 지배를 없애는 게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규제로 혜택을 받는 집단이 불특정 다수에 비해 조직화돼 있는 게 규제 완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꼬집었다.
핀테크, 드론, 원격진료 등 신산업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네거티브 규제(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회 등을 통해 시스템을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세계 경쟁 무대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사후 규제인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도입이 어려운 건 관료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사전 규제 방식인 포지티브 규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5년 임기 안에 모든 걸 바꾸기보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 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게 새로워져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며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맞춤형 정책이 나오려면 단기와 장기 정책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단기에 치중한 대증적 요법은 당시엔 호응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경제 이슈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경제의 탈(脫)정치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FROM 100'은
한국 대표 지식인 100여 명으로 구성된 민간 싱크탱크다. FROM 100은 미래(future), 위험(risk), 기회(opportunity), 행동(movement)의 머리글자에 100인으로 구성됐다는 의미의 숫자 100을 붙였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 주도로 2016년 10월 출범했다. 연구력이 왕성한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부문 젊은 지식인이 주축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경직된 규제로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 성장이 필요하다.”(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참여를 이끌어낼 유인책 마련과 규제 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전문가가 주축이 돼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한국생산성본부 대강당에서 연 ‘새 정부의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밖에 안 돼 단정적인 평가는 이르다”면서도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으론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일자리, 공공부문만으론 한계
문재인 정부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다. 정부가 경찰, 군인, 소방관, 교사 등 공무원을 직접 뽑고 국공립병원과 어린이집을 지어 공공 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임기 중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지만 그 방법은 근로시간 단축 같은 일종의 일자리 나누기다.
이런 방식만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인실 교수는 “민간 부문에 비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뒤처지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하다 보면 미래 세대의 세금 부담과 재정 낭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공 부문이 고용 창출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 일자리는 실업률을 낮추는 보조 수단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 로봇 점원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이슈로 일자리 창출 문제에 접근하는 건 ‘낡은 엔진’으로 정책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규직 확대에만 집중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갑영 전 총장(FROM 100 대표)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생산성 향상 등 궁극적인 목표를 도외시한 채 정규직 확대에만 골몰하면 민간 부문에서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고령화·저(低)성장은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라며 “누가 더 고통스럽게 (개혁의 고통을) 감내하고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개혁 속도 내야”
전문가들은 구글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은 기존 기업과는 확장 전략이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정부가 직접 자금을 공급해 산업을 키우는 종전의 경제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빅데이터만 해도 정보 규제를 풀어줘야 산업이 획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접근 자체를 하드웨어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위원회 못지않게 시급한 것이 규제개혁위원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규제 개혁의 7할을 규제 완화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산업을 이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특정 집단의 지배의식을 없애야 한다”며 “규제로 인한 지배를 없애는 게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규제로 혜택을 받는 집단이 불특정 다수에 비해 조직화돼 있는 게 규제 완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꼬집었다.
핀테크, 드론, 원격진료 등 신산업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네거티브 규제(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회 등을 통해 시스템을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세계 경쟁 무대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사후 규제인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도입이 어려운 건 관료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사전 규제 방식인 포지티브 규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5년 임기 안에 모든 걸 바꾸기보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 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게 새로워져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며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맞춤형 정책이 나오려면 단기와 장기 정책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단기에 치중한 대증적 요법은 당시엔 호응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경제 이슈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경제의 탈(脫)정치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FROM 100'은
한국 대표 지식인 100여 명으로 구성된 민간 싱크탱크다. FROM 100은 미래(future), 위험(risk), 기회(opportunity), 행동(movement)의 머리글자에 100인으로 구성됐다는 의미의 숫자 100을 붙였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 주도로 2016년 10월 출범했다. 연구력이 왕성한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부문 젊은 지식인이 주축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