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지난 12일 경기 부천시와 체결하기로 했던 토지매매 계약을 연기한 데 이어 롯데의 서울 상암동 쇼핑몰 건립 계획도 무산될 위기다. 골목상권 보호를 앞세운 정부가 들어서자 “논란을 일으킬 만한 투자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유통업체들의 조심스런 행보는 사업재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는 경기 안성과 인천 청라에서 쇼핑몰을 건설할 계획이지만 착수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경기 용인, 전북 군산 등지의 쇼핑몰과 아울렛 건립 계획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좌초하면 해당 지역에선 수천 개 일자리가 사라진다. 신세계 부천상동 백화점은 50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부천시는 예상했었다. 롯데 상암동 쇼핑몰도 4000여 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새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일자리 만들기’인데 예정된 일자리도 없어질 판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인 ‘을(乙)’을 지키겠다며 2013년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을지로위원회는 사적계약 원칙을 무시하고 부당한 압력 등으로 유통업체의 신규 출점을 막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협의가 끝났는데도 지방자치단체(부천시)에 “신세계와 맺을 토지매매 계약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거나, 어떤 지역에선 특정 기업을 찾아가 계약서를 내놓으라고 강요했다는 얘기도 있다. 오죽했으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같은 당 소속 김만수 부천시장이 페이스북에 “(계약 무산은) 을지로위원회의 압박이 부담스럽다는 (신세계의) 전언도 있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을까.

유통업체들의 눈치보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당(黨) 내 조직에서 검찰 등 막강한 기관들을 참여시킨 대통령직속 기구로 격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스타필드 하남(고용창출 효과 3만4000여 명), 잠실 롯데월드몰(상시 고용 6000여 명) 등 대규모 일자리를 수반하는 프로젝트는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다. 쇼핑몰 근무자의 대부분은 서민들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을지로위원회가 이들의 일자리를 가로막아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