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한류 노린다"...일체형 필터주사기 만드는 쟈마트메디칼
쟈마트메디칼. 주사액의 유리 가루나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주사기를 만드는 업체치고는 이름이 특이하다. ‘쟈마트’란 말에서 아랍 느낌이 물씬 풍긴다. 중동의 오일머니를 투자받은 업체일까, 아니면 중동으로의 수출을 노리는 업체일까.

지난 12일 방문한 쟈마트메디칼 서울 사무실에서는 아랍과 연고가 있어 보이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느 중소기업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무실이었고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한국 사람이었다.

“쟈마트라는 말은 ‘짜맞춤’에서 왔습니다. 저희가 예전에 소비자들이 원하는대로 가구를 짜맞추는 조립식 맞춤가구 전문업체였거든요.” 임경란 쟈마트메디칼 대표는 쟈마트란 이름의 유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쟈마트메디칼은 2013년 쟈마트에서 분사돼 별도법인으로 설립됐다. 쟈마트는 1990년대 초 국내에선 개념조차 생소했던 조립식 맞춤가구를 선보였던 가구 전문 업체다. 한때 연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가구 시장의 불황으로 침체기를 겪으면서 중소기업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타개책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면서 의료기기사업부를 만든 게 쟈마트메디칼의 시작이었다.

임 대표가 필터주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8년 우연히 접한 고발 프로그램이 발단이었다. 주사액이 담긴 유리 앰플을 개봉할 때 미세한 유리파편이 주사액에 들어가는데, 동물실험 결과 혈관을 통해 들어간 유리파편들이 폐 간 등 여러 장기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의학계에서도 인체의 혈관에 들어간 유리파편들이 정맥염, 패혈증 등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꾸준히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도 유리 앰플 개봉시 주사액에 들어갈 수 있는 유리파편에 대해 경고하고 있었다.
"주사기 한류 노린다"...일체형 필터주사기 만드는 쟈마트메디칼
시장조사를 해보니 해외에서는 이미 필터주사기가 나와있었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 벡톤 디킨슨은 1990년대에 이미 필터주사기를 세상에 내놨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필터주사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와 일반 주사기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 때문에 보편화되지 못했다. 임 대표는 김근배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벡톤 디킨슨의 제품과 차별화되면서 값은 저렴한 필터주사기를 만들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맞댔다. 개발할 수만 있다면 사업성뿐만 아니라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 임 대표는 필터주사기를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잡고 2011년부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결과는 2013년도 말에 나왔다. 벡톤 디킨슨의 주사기와 같이 주사기 바늘에 필터를 장착한 교체형 필터주사기를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주사기 내 밸브 부분에 필터를 장착한 일체형 필터주사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건신기술인증(NET)을 받은 쟈마트메디칼의 ‘마이크로 필터 주사기’는 마이크로미터(㎛, 1㎛=1000만분의 1㎜) 크기까지 걸러낼 수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파편까지 잡아낸다.

교체형 필터주사기는 주사기로 약물을 빨아들일 때 이물질을 걸러내는 주사기 바늘을 쓰고,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할 때는 다른 바늘을 끼워 사용하기 때문에 주사 한 번에 바늘이 두 개 필요하다. 반면 일체형 주사기는 주사기 내에 필터가 장착돼 약물을 빨아들이고 주입할 때 바늘을 갈아끼울 필요가 없다. 임 대표는 “일체형 필터주사기는 바늘을 1개만 써도 되기 때문에 번거로움을 덜뿐만 아니라 비용을 절감하고 바늘 폐기물도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좋다”고 말했다.

쟈마트메디칼의 필터주사기는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등 10곳 이상의 대학병원에 납품된다. 2014년에는 교체형과 일체형 합쳐서 1300만개의 필터주사기를 생산해 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시장점유율로 치면 44%였다. 지난해는 찔림사고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주사기 침에 안전캡을 단 안전필터주사기까지 포함해 1600만개를 생산했고 6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지금은 일체형 필터주사기가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임 대표는 “김포에 있는 800평 가까운 규모의 공장에서 매달 200만개까지 생산 가능하다”며 “올해는 2400만개를 생산해 1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20곳이 넘는 국내외 업체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필터주사기는 국내에서 보편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험수가가 적용되는 일반 주사기와 달리 필터주사기는 아직 보험수가 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 10배까지 비싸다. 이 때문에 일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대학병원 등 규모가 큰 병원에서도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임 대표는 “일반에서는 아직까지 필터주사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한 것 같지 않다”며 “필터주사기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쟈마트메디칼의 일체형 필터주사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SV인베스트먼트와 한화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80억원가량의 투자를 받았다. 임 대표는 “이르면 2018년, 늦어도 2019년까지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2015년 중국 식품의약품관리총국(CFDA)에 의료기기 판매 허가 신청을 했다. 중국 시장 판매를 맡을 현지 업체와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중국 의료기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문화적으로 비슷한 시장이라 판단해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계획보다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올해 말에는 인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진출을 위해 중국 이외에도 미국, 일본, 싱가포르, 유럽에 특허를 등록했다.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키메스), 바이오코리아 등 해외 바이어들이 많이 오는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택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몽골, 카타르 등의 국가에서도 구매 문의가 오고 있다. 임 대표는 “몽골의 한 업체는 몽골에서 열리는 의료기기 박람회에 가져가 전시하겠다고 샘플을 사가기도 했다”며 “해외 진출을 위해 사내에 해외영업을 맡는 부서도 신설했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