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년간 8천687명 정규직 전환…간접고용 노동자도 정규직으로
생명·안전 다루는 업무 정규직으로…연봉인상 등 차별 개선에도 방점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수년째 추진하는 비정규직 대책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행보'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12일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일자리 관련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대선 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이날도 "임기 중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런 발언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정규직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앞서 이를 구현한 서울시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 '박원순표 공약' 서울시 8천600명 정규직 전환
서울시는 2011년 10월 박 시장 취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성과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시 본청과 사업소, 투자·출연기관의 비정규직 8천68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비정규직 굴레'를 벗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박 시장의 중요 공약이었다.

박 시장은 2011년 당시 서울시 전체 노동자의 33.7%(131만명)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과 이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임금·복지·노동조건 등에서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을 받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서울시가 먼저 발 벗고 나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에도 이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먼저 정규직처럼 상시·지속적인 업무에도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비정규직을 채용한 뒤 단기 계약을 반복 갱신하던 관행을 끊어냈다.

'상시·지속업무' 범위는 향후 2년 이상 행정수요가 지속되는 업무로 정해 정부가 제시한 '과거 2년, 향후 2년 이상 지속업무'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또 정규직 전환 연령 기준을 55세 이하에서 공무원 정년인 59세까지 확대하는 등 정부 기준보다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그러면서도 근무성적, 태도 등을 평가해 6단계 중 최하위 등급을 받은 사람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나름의 기준을 뒀다.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은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방점이 찍혔다.

전환 계획은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짰다.

◇ 서울시가 민간용역업체 통해 간접고용한 비정규직도 정규직화
서울시는 2012년 3월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1차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노동조합, 자치구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계획과 처우개선 내용 등이 담겼다.

1차 대책에 따라 그해 5월 시와 투자·출연기관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 1천13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어 1차 대책 후속조치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전환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같은 해 12월 '2차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2차 대책에 따라 1차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던 직접고용 비정규직 236명이 한 달 뒤 정규직으로 추가 전환됐다.

조경·녹지분야, 연구·전시분야, 상수도·시설분야, 문화분야 등 비정규직이 혜택을 봤다.

같은 달 청소, 경비, 시설물 관리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230명도 정규직이 됐다.

이들의 정규직 전환은 시가 직접 고용하지 않고 민간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한 비정규직에도 정규직 전환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와 '정년초과자 발생' 등 문제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1단계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해 고용안정을 추구하고, 2단계로 직접고용 기간제를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1차로 청소업무 노동자 4천172명이 2013∼2014년 차례로 직접 고용된 뒤 2015년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2차로 시설·경비업무 노동자, 3차로 기타업무 노동자가 각각 직접고용 뒤 정규직화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까지 간접고용 비정규직 총 5천953명이 정규직이 된다.

◇ 안전·생명 다루는 업무는 정규직화…처우도 개선
시는 작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을 계기로 민간위탁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에 대한 정규직화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작년 8월 메트로와 도철에서 일하는 핵심 안전 7개 분야 682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같은 달 '서울시 노동혁신 종합계획'을 통해 상시·지속적 업무는 물론 생명·안전업무를 정규직화하고, 민간위탁 정규직화 확대, 비정규직 채용 3대 원칙 준수 등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은 고용안정과 함께 처우개선에도 방점이 찍혔다.

본청·사업소의 기존·전환 무기계약직 전원에게 호봉제를 도입, 실질적으로 연봉이 상승하는 등 효과를 냈다.

기존 1천500만원 수준이던 연평균 임금이 전환 후 연 1천860만원 수준으로 인상됐다.

이와 함께 복지포인트(연 136만원), 연가보상비, 퇴직금, 시간외수당, 건강진단금 등을 기존 무기계약직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해 차별을 없앴다.

다만, 투자출연기관은 기관별로 다른 임금체계를 고려해 기관별 사정에 맞게 추진하기로 했다.

청소노동자의 경우 고령자를 우선 채용하고, 직접고용으로 전환 시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4일 "본청과 투자·출연기관 비정규직 비율을 내년까지 3% 이하로 낮추고 민간위탁분야도 10%로 내릴 계획"이라며 "새 정부가 서울시 비정규직 정책을 참고해 고용안정, 불평등 구조 개선 등 성과를 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