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 뱀장어의 암·수 성은 양식 속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연계의 뱀장어는 암·수 성비에 큰 차이가 없으나 양식 뱀장어는 대부분 수컷이어서 양식 뱀장어의 성 분포는 그동안 학계의 수수께끼로 꼽혀왔다.

일본 아이치(愛知)현 수산시험장 내수면어업연구소는 뱀장어를 양식으로 빠르게 성장시키면 급속 성장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 수컷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2일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뱀장어의 암·수 성은 출생 시 정해지는 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결정된다.

양식의 경우 90% 이상이 수컷이 된다.

자연계에서는 암수 비율에 이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내수면어업연구소는 수산청의 의뢰를 받아 2013년부터 이 수수께끼 규명을 추진해 왔다.

연구소는 뱀장어 유명 산지인 아이치 현 니시오(西尾)시에 있는 14개 뱀장어 양식장이 2013~2015년에 출하한 양식 뱀장어 667마리를 추적, 조사했다.

90% 이상인 616마리가 수컷이었고 암컷은 49마리에 불과했다.

나머지 2마리는 성별을 알 수 없었다.

뱀장어는 일본의 복날(土用の丑)에 맞춰 출하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날에 맞추기 위해 6개월 이내의 단기간에 급하게 키운 집단은 수컷 일색이었다.

1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키운 집단에만 암컷이 포함돼 있었다.

뱀장어 양식장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보통 30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한다.

연구팀은 당초 수온이나 양식밀도가 성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것으로 추측했으나 수온과 양식밀도는 양쪽이 거의 같았다고 한다.

성장 속도가 늦어 출하 시 크기가 기준에 미달하는 바람에 양식장으로 되돌려 보내져 다시 시간을 들여 키운 집단은 암컷의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뱀장어는 'FoxI 2'라고 불리는 유전자의 발현량이 적어지면 생식선이 정소(精巢)가 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연구팀의 이와타 유조 주임연구원(47)은 "성 분화가 일어나는 치어 시기에 양식으로 급속히 성장하면 스트레스가 돼 이 유전자가 발현하지 않게 돼 수컷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장률에 따라 성별에 차이가 있다"고 결론지은 선행 연구도 참고했다고 한다.

수산청에 따르면 현재 일본 국내에서 소비되는 뱀장어의 99% 이상이 치어 상태에서 양식되지만 남획 등으로 치어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양식 생산량은 1985년 4만1천94t을 정점으로 2015년에는 2만119t으로까지 급감했다.

자원회복을 위해 업자들이 양식 뱀장어를 방류하고 있지만, 수컷만 방류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연구소 측은 자연계에 가까운 성장 속도로 양식하면 암수 비율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암컷의 비율을 늘려 방류하면 멸종 우려가 있는 일본 뱀장어의 자원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시간을 들여 양식하면 전염병에 걸리거나 서로 잡아먹을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한다.

수산청 담당자는 "뱀장어의 생태와 성별에 관해서 아직 모르는 점이 많다"고 전제,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조사와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