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푸드 저널리스트 히라마쓰 요코가 쓴 에세이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를 읽으며 혼밥의 매력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가고, 혼자 술을 먹고…. 혼자 밥을 먹는 것쯤은 평범해짐을 넘어 트렌드가 된 시대다. 1인 테이블, 1인 메뉴를 갖춘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1인 가구를 위한 각종 간편식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필자도 종종 혼밥을 한다. 바빠서, 때로는 혼자가 편해서…. 이유는 다양하다. 그런데 필자에게 혼밥은 특별하다. 단지 혼자하는 식사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든든한 밥상이자 배부른 위로다. 온 신경을 미각에 집중해 음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언젠가부터 그런 마음으로 혼자 마주하는 밥상을 대하자 그 맛이 여느 때와 달라졌다. 그 한 끼가 간편하면 간편한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몸과 마음 모두에 맛있고 즐거운 시간이 된다.
2015년 회사에서 ‘휘슬링쿡’이라는 신개념 간편 가정식을 선보인 적 있다. 음식 준비가 번거롭고 비용도 부담이라 늘 고민인 식탁이 간편한 준비로도 근사하게 차려질 수 있다면, 제대로 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간편식은 혼자여도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고,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늘리고, 나아가 인간관계의 연결고리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다소 거창한 생각도 해보았다.
예찬만 하기에는 혼술·혼밥 열풍의 쓸쓸한 이면도 있다. 취업난에 바쁘고 우울한 대학가에서 혼밥은 흔한 풍경이 됐다. 오랜 불황으로 돈이 없어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피해 ‘반강제적인 혼밥’을 하고 있다는 젊은이들도 많다.
식품회사에 몸담고 있기에 필자 역시 혼밥 열풍에 일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혼밥 열풍의 대표주자인 간편식이 외로움과 쓸쓸함이 담긴 ‘고독함의 상징’이 되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간편식은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 단축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해 탄생했다. 혼자든 여럿이든 가족과 함께든 바쁜 현대인이 시간에 쫓겨 밥 한 끼 먹기 힘든 시대에, 그들의 애로를 해결하는 데 간편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나아가 밥 한 끼 때우기보다 맛있는 한 끼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맛있게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임정배 < 대상 대표 limjungbae@daes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