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와 날씨 예측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석준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사진)가 말했다. 올해 서른여덟인 이 젊은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미래에셋 인공지능(AI) 금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AI투자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대뜸 기상청 얘기를 꺼냈다.

“옛날에는 기상청에서 예보관이 기상도를 보고 날씨를 예측했어요. 경험과 직관이 중요했죠. 요즘엔 정교하고 복잡한 수학 모델이 쓰입니다. 방대한 기상 데이터를 복잡한 수학 공식에 집어넣고 슈퍼컴퓨터로 계산해요. 문제는 이런 수치예보모델도 자주 틀린다는 거예요.”

석 교수는 이를 투자업계에 대입하면 예보관은 펀드매니저, 수치예보모델은 퀀트에 해당한다고 했다. 펀드매니저의 경험과 직관, 퀀트의 정교한 수학 모델 모두 지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정해진 수학 모델 없이 데이터에만 기반해 날씨를 예측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AI투자도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주가 변동성 등 데이터만 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퀀트와 달리 수학 모델을 미리 가정하지 않아 시장 움직임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래에셋 AI펀드’의 아버지 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월 두 종류의 AI펀드를 출시했는데 석 교수의 알고리즘을 가져다 썼다. 국채처럼 안정성에 무게를 둔 펀드는 11일 현재 설정 이후 1.21%, 코스피지수와 경쟁하는 펀드는 설정 이후 9.9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펀드”라며 “결과가 좋으면 종목을 직접 사고파는 AI펀드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석 교수의 원래 꿈은 통신네트워크 전문가였다. 1997년 KAIST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휴대폰 보급과 함께 이동통신 광풍이 불 때였다.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 간 것도 통신네트워크를 더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국 내 분위기는 한국과 또 달랐다고 한다. 전기전자공학의 신호처리나 네트워크 이론을 응용해 염색체 등 생물학 원리를 밝혀내기도 하고, 빅데이터나 신경망 분석 등 AI 바탕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다.

그는 “미래에셋에서 연락이 온 것은 작년 4월”이라며 “그전에 AI를 금융에 접목하는 데 관심이 있어 크래프트테크놀로지라는 핀테크 업체와 같이 일하고 있었다”고 했다. 석 교수의 서울과학고 친구들이 주요 멤버로 있는 벤처기업이다. AI펀드 출시 때 크래프트테크놀로지는 석 교수의 알고리즘을 상품화해 미래에셋에 넘겨주는 역할을 했다.

AI펀드로 펀드매니저 일자리가 줄지 않을까 물었다. “자산운용사 경영진으로선 AI펀드 수익률이 사람이 운용하는 것과 비슷하게만 나와도 고용을 줄일 유인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펀드매니저 일자리가 잠시 줄어들 순 있어도 장기적으론 영향이 없을 거라고 봅니다.”

수익률이 좋아지고 수수료가 싸지면 더 많은 사람이 펀드에 가입할 것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그는 “AI펀드를 관리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라며 “펀드매니저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통계의 착시다. 석 교수는 “자동화로 금융업 일자리가 줄었다고 하지만 실은 일자리가 정보기술(IT) 분야로 분산된 것”이라며 “핀테크처럼 금융과 IT와 결합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