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 등 한국당 지도부와 면담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 등 한국당 지도부와 면담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0일 야당 4당 대표들을 직접 찾아가 ‘협치’를 강조하며 앞으로 국정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곧바로 여의도로 향해 야당 대표들을 차례로 만났다. 방문은 국회 의석 순인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순으로 이뤄졌다. 여당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은 취소됐다. 야권과의 통합 행보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야당 당사 방문

문 대통령은 여의도 내 한국당 당사를 가장 먼저 찾아 정우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10분여간 면담했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당사를 직접 찾은 것은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면담은 과거 야당인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이제 국정 운영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던 만큼 양측은 덕담과 진심어린 조언을 나누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문 대통령의 안보관과 관련,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 불안한 안보 문제를 해소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훌륭한 인사들이 적재적소에 가는 인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안보문제, 한·미동맹 등 이런 부분은 한국당에서 조금 협력해준다면 잘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말로만 협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항들은 야당에도 늘 브리핑하고 공유해 나가도록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할 때보다 저희가 더 강한 야당이 될지도 모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박지원 “오늘은 굿모닝으로 시작”

문 대통령은 이어 국회로 이동해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아 박지원 대표와 만났다. 대선정국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해서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 대표는 “오늘 아침은 굿모닝으로 시작한다”며 운을 뗀 뒤 “국민의당은 협력에 방점을 두면서도 야당이니 견제할 것은 견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치를 통해 변화와 미래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른 길을 걷고는 있지만 뿌리가 같다”며 “특별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야당 당사, 지도부를 방문하는 게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5년 내내 지켜 나가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바른정당 당 대표실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수가 나아갈 길을 잘 제시해줬다고 생각한다”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정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돕겠다”면서도 “안보 불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국민의 걱정이 없도록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전임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겨냥한 듯 “여당과의 소통만 잘돼도 국회에서의 소통은 대부분 잘되는 것 같다”며 소통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정의당이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가치와 정책 지향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가치 영역에선 많은 부분을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도 “정의당은 민주당과 ‘야당 공조’라는 이름으로 최대한 협력해왔다”며 “그 정신은 20대 국회 내내 여전히 견지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경쟁한 각 당 후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많이 고생하셨는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전날 당선 윤곽이 드러난 뒤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