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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펠르랭소사이어티 서울총회] "양적완화는 시장이란 좋은 엔진에 모래 뿌린 것…구조개혁 시기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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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석학들, 통화정책 제언 쏟아내

    10년간 전 세계가 돈 풀었지만 부동산 등에 몰려 경제동력 잃어
    세제개편·규제완화도 계속 지연

    각국 정책금리 비정상적으로 낮아
    "회복 불씨 꺼뜨릴라" 긴축에 머뭇
    저금리 길어질수록 경제 약해져
    야코브 프렝켈 JP모간체이스인터내셔널 회장(가운데)이 9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2017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 세션5에서 발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야코브 프렝켈 JP모간체이스인터내셔널 회장(가운데)이 9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2017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 세션5에서 발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양적완화는 시장이란 좋은 엔진에 모래를 뿌린 정책이었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를 빠르게 되돌려야 한다.”

    9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에 모인 경제 석학들은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이뤄진 양적완화 정책에도 각국의 경제 상황이 정상화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기업의 투자 비용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 시장으로 흘러 경제의 동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통화가 필요한 곳에 제대로 흘러들어가 경제에 활력을 북돋으려면 두려워하지 말고 당장 긴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특히 양적완화 정책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인 학자들은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장을 지낸 야코브 프렝켈 JP모간체이스인터내셔널 회장, 통화정책 운용 공식인 ‘테일러 준칙’을 설계한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전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인 제리 조던 케이토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각국 금리를 좌지우지했던 통화정책 전문가들이다.

    “긴축 너무 늦어졌다”

    [몽펠르랭소사이어티 서울총회] "양적완화는 시장이란 좋은 엔진에 모래 뿌린 것…구조개혁 시기 놓쳐"
    조던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은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 경제가 되살아나고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알다시피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며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정부가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세제 개편, 규제 완화 등 구조개혁을 할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는 “양적완화 등 중앙은행이 중심이 된 경기부양책은 시장이란 좋은 엔진에 모래를 뿌린 격”이라며 “계약 이행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법치주의만 제대로 이뤄지면 시장은 부양책 없이도 저절로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교수는 ‘냉전 시대 이후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연설에 나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기준금리가 테일러 준칙을 적용한 금리보다 훨씬 낮게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테일러 준칙에 따른 세계 기준금리는 연 5%를 웃돌았어야 하지만 실제 정책금리는 연 3%를 밑돌았다”며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를 빠르게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들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짜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비판했다. 프렝켈 회장은 “당시 양적완화를 결정한 중앙은행장 중 그 누구도 10년이 지나도록 이런 비정상적 조치가 적용될 거라고 짐작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18세부터 경제신문을 보기 시작해 올해 28세가 된 청년은 제로(0) 금리가 아닌 시대를 보지도, 겪지도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몇 년 뒤 나올 경제학 교과서의 ‘양적완화’ 분야에선 ‘절대 장기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 적혀 있을 것”이라며 “시장은 항상 정확한 신호를 원하며 출구가 언제쯤 나올지 미리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성 낮은 분야에 돈 몰려”

    경제석학들은 긴축 조치가 늦어지면서 주택이나 주식시장처럼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양적완화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렸고 저성장을 탈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렝켈 회장은 “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업들은 수익률 높은 주식시장 등에만 돈을 투자하고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금융부문과 실질경제 사이의 괴리가 점점 벌어지고 레버리지(차입) 또한 커졌다”고 지적했다. 조금씩 살아나는 경제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까 긴축 재정에 나서지 못하는 일본과 유럽에 대해 프렝켈 회장은 “오히려 저금리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질수록 그 국가의 경제는 더 연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진국이 본격적으로 긴축정책에 들어가면 신흥국이 타격받을 것이란 우려가 많지만 프렝켈 회장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금융위기를 겪으며 신흥국 경제가 더 강해진 데다 연 2~3%대에서 금리를 올리려는 시도를 하는 게 아니라 제로 금리에서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처럼 큰 충격은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 독립성 지켜야”

    2008~2009년의 경제위기가 또다시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때가 오면 세계 중앙은행은 또 경쟁적으로 천문학적인 통화를 시장에 풀어야 할까. 석학들은 이 같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경계했다. 테일러 교수는 “대부분 중앙은행은 목표 달성 수단은 법제화하지 않고 있다”며 “목표 달성 수단을 정확하게 명시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행정부로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 수준 올라가면 금리를 일정 정도 조정하는 식의 공식을 아예 법으로 명문화해도 좋다”며 “중앙은행의 예산, 금리 결정 멤버의 임기 등도 법령으로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작정 단기적인 부양책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프렝켈 회장은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저성장을 탈출하는 바람직한 길”이라고 말했다.

    심성미/추가영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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