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한 경기 회복세 바탕 금리인상 땐 결국 강세 전환"
전문가들 "연말까지 달러 약세"…달러 상품 섣부른 투자는 위험
지난 8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31원40전으로 연초보다 76원60전 떨어졌다. 연초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점진적’ 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다 ‘트럼프노믹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행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결과다.
대표적 달러 재테크 상품에는 달러 예금과 달러 표시 주가연계증권(ELS), 달러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있다. 달러 선물 지수 상승분의 약 두 배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에는 올 들어 12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하나은행이 판매 중인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펀드의 연초 이후 판매액은 218억원으로 작년 한 해 판매액(386억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국내 개인의 달러 예금 잔액도 지난 3월 말 102억6000만달러(약 11조7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달러 재테크 상품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78%다. 올초 달러 ELS 펀드나 달러 예금에 가입한 투자자가 입은 환차손은 6%가 넘는다. 반면 달러 선물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인버스’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68%에 달했다.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선 환 헤지(회피) 상품과 ‘언(un)헤지’ 상품 간 수익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 ‘헬스케어주’를 선별해 투자하는 ‘NH-아문디Allset글로벌실버에이지’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71%인 데 비해 환 헤지를 하지 않은 같은 상품의 수익률은 4.14%에 그쳤다.
“환율 1060원대까지 내려갈 것”
시장에서는 적어도 연말까진 원화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가 대다수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과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근거다.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달러 가치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물가다. 미국 내 물가가 오르면 달러 가치는 내려가는 구조다. 올 들어 미국은 Fed의 목표치인 2%가 넘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 일본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의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Fed의 금리 인상 기조도 결국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장기적으론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향후 6개월 내 106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이 올해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2%대 중후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원화 대비 달러 약세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올 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서 5개월째 원화 채권을 순투자(순매수-만기 상환)하는 것도 원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