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
‘12시간만 교육받으면 SW 교사가 된다’는 학원가 광고, ‘800만원짜리 코딩캠프’ 등 단순 코딩 위주의 강남 사교육 열풍,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논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교사 수준과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여전히 단순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방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맥킨지글로벌은 로봇이나 3D 프린팅과 같은 자동화 기술로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이 5%에 불과하고, 800개 직업 내 2000개 직무 중 약 45% 정도만 자동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직업’을 기준으로 한 전망 결과에 대한 과대추정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직무’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테면 직업기준으로 보면 자동화로 대체될 위험이 높지만, 직무기준으로는 대면 업무 등 컴퓨터가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결국 자동화로 대체될 확률이 70%가 넘는 직업은 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안정적이면서 높은 임금의 ‘직업’이 무엇이냐의 문제보다는 변화하는 업(業)의 세계에서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그것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보스턴컨설팅, 옥스퍼드대 등도 미래에 가장 요구되는 직무역량으로 ‘창의적 사고’ ‘복합문제해결능력’과 함께 변화 유연성, 기술활용능력, 커뮤니케이션 등 ‘소프트스킬(soft skills)’을 강조했다.

우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과학기술분야 미래 일자리 지형변화 전망 연구’ 결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직무역량으로 문제해결능력, 창의력·추상적 사고능력 등 앞선 주요기관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2016년도 ‘신입 과학기술인력의 지식, 스킬, 창의성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기업연구소에 입사한 과학기술인력의 ‘창의성’ 수준은 53.5점(100점 만점), ‘문제해결능력’은 55.2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에 비해 낮은 수준인 데다 실제 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과의 격차(24.1점)도 커서 인적 자원의 ‘역량 미스매치’ 문제가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명문 미국 스탠퍼드대의 ‘디 스쿨(D-School)’이 생각을 디자인하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혁신적인 사고를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2014년 설립된 미네르바스쿨은 온라인을 통해 ‘거꾸로 수업(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을 진행하며 ‘문제해결역량’ 키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소프트스킬 역량교육 방식을 과감히 도입하고 실행해야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에서 정보기술과 로봇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신발’을 제작하는 ‘스마트 공장’을 세웠다는 독일 아디다스 사례는 이제 하나의 사례로 머물지 않고 곧 보편화될 것이다. 첨단 기술과 산업 생태계 변화가 일자리 지형(고용구조)과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데 있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양성과 교육시스템의 전면적인 혁신이 더 이상 단순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손병호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