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완벽한 아내 '빌빌'…김과장·터널 '펄펄'
지난 2일 종영한 KBS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는 배우 고소영이 10년 만에 안방에 복귀한 작품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시청률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갑작스런 조치는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악역을 맡은 조여정이 연기한 이은희 역이 독특한 설정으로 화제가 되자 그 캐릭터에만 집중해 이은희의 온갖 악행으로 극을 꾸몄다. 임기응변책으로 갈수록 스토리 자체가 무너지자 시청자들은 더욱 외면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6.1%에 불과했다. ‘고소영 복귀작’이란 타이틀만 남고 시청률은 늪에 빠진 채 작품은 막을 내렸다.

‘완벽한 아내’뿐만 아니다. 배우 이영애의 14년 만의 복귀작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배우 임수정의 13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인 tvN의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도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 유아인까지 가세했지만 예상을 밑도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재편집해도…스토리 부실에 부진

사임당·완벽한 아내 '빌빌'…김과장·터널 '펄펄'
톱스타가 나오면 무조건 높은 시청률이 보장되던 ‘톱스타 전성시대’가 지나고 있다. ‘스토리’가 중시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처음엔 스타를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대중은 환호한다. 하지만 극 자체가 대중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평범해 보여도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작품으로 시선을 옮긴다. 제작진은 시청률 부진에 캐릭터 비중을 조정하고, 재편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외면당하고 만다.

지난 4일 종영한 ‘사임당 빛의 일기’가 부진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 작품은 KBS ‘김과장’에 이어 후속작 ‘추리의 여왕’에도 밀렸다. 시작부터 반응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사임당 제작비는 225억원. 28부작에 달하는 대작이기에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다. 첫 회 시청률도 15.6%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회 시청률은 첫 방송의 반토막인 8.2%에 그쳤다.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설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긴장감 있는 타임슬립이 아니었다. 전개는 늘어진 채 시간을 오갈 뿐이었다. 사전 제작 드라마여서 시청자 불만을 수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제작진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편집 방식을 달리하고, 빠른 전개를 위해 방송 분량을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사임당·완벽한 아내 '빌빌'…김과장·터널 '펄펄'
‘시카고 타자기’의 저조한 시청률도 예상 밖 결과다. 이 작품은 임수정, 유아인의 출연도 의미가 크지만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를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신작인 것 자체가 큰 화제였다. 캐릭터 설정도 신선했다.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 분), 그의 이름 뒤에 숨은 유령 작가 유진오(고경표 분), 한세주의 열혈 팬에서 안티 팬으로 돌변한 전설(임수정 분)이 나왔다.

하지만 초반부에 다소 난해한 전개가 이어지며 흥미를 끌지 못했다. “4회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최근 드라마 성공 법칙에 어긋난 것. ‘극이 진행될수록 재밌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초반에 시청자 마음을 잡지 못한 탓에 지난달 29일 방영된 8회 시청률도 2.4%에 그쳤다.

결국 ‘시카고 타자기’ 제작진도 방송시간 변경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후 8시에 시작하던 방송을 30분 늦춰 8시30분부터 방영키로 했다.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tvN 관계자는 “외부 활동시간이 길어지는 계절인 점 등을 고려해 방송 시간대를 조정했다”며 “본격적으로 극이 전개될 후반부 스토리에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터널’ 스토리만으로 화제

이에 반해 톱스타가 나오지 않아도 팽팽한 긴장감, 통쾌한 역전 등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배우 최진혁, 윤현민이 출연하는 OCN의 토일드라마 ‘터널’이다. 톱스타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 관심도는 크게 떨어졌다. 30년 전과 후를 오가는 타임슬립 설정도 처음엔 진부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매회 마지막엔 꼭 충격적인 반전이 등장하고, 범인을 잡은 줄 알았더니 모방범에 불과했으며, 또 다른 진범이 있었다는 설정 등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시청률은 ‘시카고 타자기’의 두 배 수준인 5.4%를 기록했다.

앞서 이영애의 ‘사임당 빛의 일기’를 누른 배우 남궁민 주연의 ‘김과장’도 마찬가지였다. 우연의 연속으로 의인(義人)이 돼 가는 과정을 그린 김과장엔 그저 평범한 회사 이야기가 더해졌다. 하지만 온갖 술수에도 용기 있고 솔직한 직장인들이 힘을 합쳐 좋은 결과를 내는 스토리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지난달 5일 시작한 ‘추리의 여왕’도 배우 최강희와 권상우의 흥미진진한 추리에 힘입어 대작 ‘사임당 빛의 일기’를 가뿐히 앞질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