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솔루션마케팅’이라고 불리는 고객사별 맞춤형 상품 개발로 철강업계의 성장 한계를 돌파해 나가고 있다. 정형화된 철강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동차 기계 에너지 등 타 업종과 공동으로 새로운 철강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 판매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솔루션마케팅과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 확대로 영업이익을 3년 안에 지금의 두 배에 가까운 5조원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불황에도 수익 낸다

포스코의 철강 판매량은 2012년 이후 작년까지 5년째 3500만t대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으로 ‘성장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철강 수요는 15억t 수준으로 생산량 16억t에 비해 1억t가량 공급이 초과하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철강업계 불황에 따른 성장의 한계를 수익성 개선으로 상쇄해 나가고 있다. 비교적 이윤이 많이 남는 솔루션마케팅과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솔루션마케팅이란 자동차 등 수요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기 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포스코가 참여해 새로운 철강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014년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권 회장은 당시 “고객을 감동시켜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솔루션마케팅을 통해 위기와 불황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직원들의 의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2010년 현대제철이 고로(용광로)를 가동하기 전까지 포스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용광로를 보유한 철강재 공급자로서 산업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었다. 그땐 현대자동차가 신차에 맞는 새 자동차 강판을 요구해도 포스코 측이 “우리가 이미 개발해 놓은 것에 맞추라”고 했을 정도였다. 지금은 포스코가 먼저 수요처를 찾아가 신제품에 맞는 소재 자문을 해준다.

포스코의 작년 영업이익률(개별 기준)은 10.8%로 세계 철강업계 중 1위를 기록했다. 솔루션마케팅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솔루션마케팅과 연계한 제품의 판매량은 2015년 240만t에서 2016년 390만t으로 62.5% 증가했다. 전체 철강 판매량 대비 비중도 10%를 넘어섰다. 포스코는 연계 판매량을 2019년까지 65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2015년의 2.7배 수준이다.

◆자동차, 태양광 등으로 영역 확대

솔루션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자동차강판이다. 세계 3대 자동차강판 제조회사인 포스코는 연간 900만t을 생산, 세계 자동차강판의 약 10%를 공급한다. 국내에선 쌍용자동차와의 솔루션마케팅 성과가 가장 컸다. 포스코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스트셀러인 ‘티볼리’에 이어 이달 출시된 대형 SUV ‘G4 렉스턴’ 개발에도 참여했다.

포스코는 충돌 안전성, 경량화 등을 고려해 G4 렉스턴에 쓰일 강종을 쌍용차에 먼저 제안했고 차세대 프레임보디(차체의 뼈대)도 공동 개발했다. 이 차에는 포스코가 개발한 1.5기가파스칼(㎬)급 초고강도 강판이 사용됐다. 세계 최초다. 1기가파스칼이란 ㎟당 100㎏의 하중을 견디는 강도를 말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보통 강도가 강해지면 무겁고 부러지기 쉬운 성질이 있지만 포스코 제품은 충격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가벼워 연비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G4 렉스턴은 쌍용차 자체 신차평가제도(NCAP) 테스트에서 충돌 안전성 최우수 등급(별 다섯 개)을 받았다. 포스코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신차 개발에도 참여, 차량 무게를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솔루션마케팅의 영역도 조선, 건설 등 전통적 수요처를 벗어나 점차 넓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글로벌 전력기계 업체의 ‘변압기 소음’ 고민을 해결했다. 이 업체는 변압기 철심에서 나는 소음으로 주민들의 ‘변전소 건립 반대’ 민원이 잇따르자 포스코와 해법을 모색했다. 포스코는 철심의 진동 전달을 차단하는 코팅재 등 소음 저감기술을 독자 개발해 이 문제를 해소했다. 포스코 인도법인은 ‘녹슬지 않는 철’로 알려진 초고내식 합금도금강판(포스맥)을 인도 정부의 대규모 태양광 투자와 연계해 수익을 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