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에서 사전투표 하세요” > 인천시 중구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19대 대선 사전투표 시작 하루 전인 3일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발급기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항에서 사전투표 하세요” > 인천시 중구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19대 대선 사전투표 시작 하루 전인 3일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발급기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에 따라 3일부터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됐다. ‘깜깜이’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 첫날부터 대선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한층 격화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둘러싸고 정면 격돌했다.

◆文측 “악의적인 기사”

SBS는 지난 2일 익명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발언을 인용해 ‘해수부의 자리와 기구를 키워준다는 조건으로 문 후보에게 유리한 시점에 세월호를 인양토록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보도에서 해수부 공무원은 “솔직히 말해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다. 문 후보가 약속한 해수부 2차관을 만들어주고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SBS는 “해수부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보도 내용에 의도를 충실히 담지 못해 사과한다”며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해수부도 해당 공무원 색출에 나섰다.

문 후보 측 송영길 선거대책총괄본부장은 이날 당사 브리핑에서 “해수부 공무원의 일방적인 말만 가지고 민감한 시기에 이런 보도를 한 데 유감”이라며 “해수부가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보고 고의로 인양을 늦춘다는 의혹이 있었지, 이걸 문 후보와 연결하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SBS를 항의 방문하고 “대단히 악의적인 기사다. 가짜뉴스다”고 강조했다.

◆洪·安, 일제히 文 공격

홍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SBS 보도는 충격적”이라며 “문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팽목항을 찾아가서 ‘얘들아 고맙다’고 말한 뜻을 국민이 이제야 알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날 대구 유세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자기 부모가 죽어도 3년상을 하는데 어린애들 죽음을 이용하려고 3년 넘도록 (세월호) 배지를 달고 세월호 인양 시점도 대선에 딱 맞춰서 했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충격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 후보는 당장 오늘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후보 측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문 후보 측에서 고발을 운운하고 결국 기사가 삭제됐다. 벌써 진실을 감추고 반대자에 대한 보복과 언론 통제로 맞서려 한다면 나중엔 어떨지 끔찍하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진짜로 세월호 인양 시기를 문재인 대통령 후보 맞춤용으로 조정했다면 문 후보는 대선후보는커녕 아버지 자격도 없다”고 비난했다.

◆가짜뉴스·네거티브 공방 격화

문 후보 선대위 김태년 특보단장은 이날 “2만6000여명의 국민특보단이 24시간 가짜뉴스 감시체제에 돌입했다”며 “SBS 세월호 인양 보도는 최악의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상황본부장은 “가짜뉴스보다 심각한 것은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가짜뉴스 공조”라며 “가짜뉴스 홍-박 연대를 즉시 중단하길 경고한다”고 밝혔다.

후보 캠프들은 선관위 신고, 검찰 고발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국민의당 소속 전남도의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외국민 투표 출구조사 결과 안 후보 투표율이 높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재외국민 선거는 출구조사 자체가 불법이다. 이에 대해 정준길 홍 후보 측 선대위 대변인은 “표심에 영향을 주려고 한 의도가 엿보인다. 즉각 선관위에 고발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적발 건수(지난달 기준)는 2만3000건에 달한다. 김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는 “선거 막바지에 치달으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가짜뉴스 살포와 네거티브 공방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