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국내 주요 기업은 회사의 미래를 이끌 인재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산업계 변화와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인재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도 나서 대선 공약으로 4차 산업혁명 인재 10만명 양성을 제시했다.

세계 기업들은 ‘핵심 인재를 어떻게 발굴해 성장시키느냐’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각각의 인재철학을 바탕으로 최고의 직원을 육성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맞춤형 인재 위한 프로그램 풍성

“천재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인재 경영을 누구보다 중시했다. 글로벌 선두 기업인 삼성은 이런 해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특히 회사가 지원해 해외 문화를 익히도록 하는 지역전문가 제도는 직원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해외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뽑힌 임직원은 아무 조건 없이 원하는 국가에 1~2년간 머물며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힌다. 연봉 외에 1인당 1억원 안팎에 이르는 체재비를 지원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제도는 1990년 이건희 회장 지시로 도입됐다.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은 오늘날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재상에 투영됐다. 인채 채용 방식도 고정관념을 깨고 과감히 변화시켰다. 현대차는 2014년부터 입사 희망자가 언제나 입사지원서를 등록하고 수정할 수 있는 상시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접 참여자를 발굴하는 ‘찾아가는 캐스팅’, 월별 특정 주제에 따라 지원서를 제출해 뽑힌 대학생들이 직접 현대차를 방문해 인사담당자와 토론하는 ‘찾아오는 캐스팅’ 등 두 가지 방식도 현대차의 도전과 혁신을 상징하는 채용 형태다. 능력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인재를 모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직접 인재 모시는 회장님

SK그룹은 고(故) 최종현 회장 때부터 38년간 최고경영진이 신입사원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룹의 경영철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회장님’이 스킨십 경영에 나서는 셈이다. 오너가 직접 나서서 신입사원을 맞이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SK는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인재경영 철학에 따라 이런 전통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1973년 시작된 ‘장학퀴즈’는 SK 인재 경영의 상징이다. SK는 고교생 퀴즈 프로그램인 장학퀴즈를 40년 넘게 후원하고 있다. 방송에 기업이나 상품 광고가 아니라 ‘패기’ 같은 파격적인 공익 캠페인을 했다. 최종현 회장은 시청률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만큼 시청률보다 ‘청소년 인재 양성’이라는 공익적 목표에 집중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리더와 구성원이 패기를 갖추고 자율적인 실천 의지로 솔선수범하면서 역량을 극대화해야 하고 이를 통해 회사와 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경영철학과 기업문화의 근간인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강조한 것이다. 이해관계자에는 고객, 주주뿐 아니라 기업 구성원도 포함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인재 양성은 곧 국가의 미래”라고 강조한다. 구 회장이 매년 인재 채용 행사장을 방문해 예비 사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이런 확고한 철학에서 비롯됐다. “훌륭한 인재가 기업 및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된다”는 신념에서다. 2012년 국내외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재들이 참여하는 ‘LG 테크노콘퍼런스’를 만든 뒤 매년 이 행사에도 참석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콘퍼런스에서 구 회장은 “여러분처럼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