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28일 유엔본부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28일 유엔본부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 논란과 관련, 방위비 분담금과 마찬가지로 사드 비용도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진행자인 크리스 월러스가 “당신이 한국 측 카운터 파트에 기존 협정(한국 부지 제공, 미군 비용 부담)을 지킬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설명을 담은 청와대의 공식 보도자료 내용과는 사뭇 달라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실장은 전날 맥마스터 보좌관과의 전화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양국이 사드 전개 및 운영 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양국 간 합의 내용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이날 사드 재협상 방침도 언급했다.

그는 “사드 배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냐”는 월러스의 후속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삼간 채 “논점은 사드와 관계된 것, 우리의 (동맹)방위와 관련한 것은 다른 모든 동맹과 마찬가지로 재협상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8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며 “그것(사드)은 10억달러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인 29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왜 우리가 사드 배치 비용을 내야 하느냐. (사드는) 세계에서 역대 최고이자 경이로운 방어 시스템으로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말해 사드 비용 논란을 촉발했다.

◆트럼프, 이틀 연속 사드 발언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한국 부담’ 주장이 우발적 발언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의 ‘폭탄 발언’이 전해지자 한국과 미국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와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존 커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미 비용을 지불하기로 동의했다. (사드 배치는) 부동산 거래가 아니라 국가 단위의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28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사드는) 세계에서 역대 최고이자 경이로운 방어시스템으로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할 것(It would be appropriate if they paid for it)”이라고 되풀이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29일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국방부가 백악관으로부터 사드 시스템 이전을 중단하거나, 동맹국에 비용을 청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차기 정부 겨냥한 압박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 무역흑자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최악의 협상’이라며 재협상 또는 폐기를 거듭 언급했다. 주요 대미 무역흑자국 중 유독 한국에만 불편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트럼프 정부에서 ‘압박’ 발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대통령후보 선거 유세가 개시된 시점(4월17일)과 맞물린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8일 한국 방문 중 느닷없이 ‘한·미 FTA 개선(reform)’ 발언을 했다. 26일에는 사드가 전격 배치됐고 이튿날엔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부담과 한·미 FTA 종결’ 발언이 나왔다.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한국 정치권에서 미국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 점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