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많이 마시는 비만 여성, 대장암 위험 높아
술을 많이 마시거나 비만인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선종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관관계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두드러졌다. 선종은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종양성 용종이다.

양선영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사진)가 이끄는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남성 1056명과 여성 6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체질량지수(BMI), 음주량, 식습관 등을 분석했더니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술 많이 마시는 비만 여성, 대장암 위험 높아
BMI가 25를 초과하는 비만율은 여성 수진자 중 선종이 발견되지 않은 집단과 선종이 발견된 집단에서 각각 11.8%, 22.5%로 2배가량 차이가 났다.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은 각각 4.8g(맥주 약 130cc)과 7.6g(맥주 약 210cc)으로 선종이 발견된 집단이 1.6배 더 많았다. 반면 남성 수진자에게서는 비만과 알코올 섭취량이 선종 발생에 영향을 끼칠 만한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양 교수는 “여성은 육류 섭취, 흡연 등 대장암과 관련 있는 다른 요인들에서는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만큼 비만, 음주 같은 요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사 결과 총 수진자 1714명 중 32%인 557명에게 선종이 발견됐다. 남녀 상관없이 선종이 발견된 집단은 정상 대조집단보다 나이가 많았고 고지혈증이 있었으며 당뇨 빈도가 높았다. 양 교수는 “선종 발생 원인으로는 고령, 동물성 지방의 과도한 섭취, 유전적 요인 등이 있다”며 “선종은 주로 남성에게 더 많이 발견되지만 최근 여성에게도 발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술 많이 마시는 비만 여성, 대장암 위험 높아
붉은 육류 등을 섭취하면 대장암 위험을 높이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식생활과 대장 선종 발생 위험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콩,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수록 대장 선종 발생 위험이 낮았지만 대사증후군 지표, 흡연, 가족력 등을 보정하면 비교 집단 사이의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양 교수는 “영양 섭취도 대장암과 관련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 음주, 흡연 등 다른 요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선종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혹처럼 장 안쪽으로 돌출돼 있는 종양성 용종을 말한다. 전체 용종의 70%가량이 선종이다. 1㎝ 크기의 선종이 대장암으로 진행되기까지 2~5년이 걸린다고 보고돼 있다. 대개 증상이 없고 대장내시경 검사 중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선종이 크고 어느 정도 진행되면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올 수도 있다. 매우 드물게 장을 막거나 변비, 설사, 복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으로 검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대변 검사로 용종을 찾아내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양 교수는 “대장암의 씨앗이라 불리는 선종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며 “대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흔히 알려진 붉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 외에도 몸무게를 정상 범위로 유지하고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