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지난 '황우석 테마'로 개미 울린…슈퍼개미·코스닥 대표의 '검은 거래'
2014년 증권가에 철 지난 ‘황우석 테마주’ 열풍을 불러왔던 주가조작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통신장비업체 홈캐스트가 바이오산업에 진출한다는 호재성 정보를 꾸며 주가를 상승시키는 방법으로 26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홈캐스트 전 대표이사 신모씨(46)와 시세조종꾼 윤모씨(49) 등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슈퍼개미’ 원영식 씨와 홈캐스트 전 최대주주 장모씨(47) 등 5명은 공모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2013년 11월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240억원으로 홈캐스트의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영업부진으로 2년 연속 적자를 내자 자금난 탈출을 위해 신씨와 장씨, 이 회사 임원 김모씨(43·구속)는 이른바 ‘설계’에 들어갔다. 시세조종꾼 윤씨와 김모씨(52·구속), 원씨가 가세했다. 원씨는 YG플러스, 초록뱀 등에서 큰 투자차익을 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이름난 ‘슈퍼개미’ 투자자다.

줄기세포 연구로 한때 이름을 날린 황우석 박사가 대표로 있는 비상장바이오사 에이치바이온이 ‘재료’로 동원됐다. 2014년 4월 홈캐스트는 에이치바이온에 250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했다. 또 자본잠식상태였던 에이치바이온에 40억원을 비밀리에 제공하고 이 돈을 홈캐스트에 다시 투자하게 했다.

‘황우석’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슈퍼개미가 투자했다는 소문에 홈캐스트 주가가 치솟았다. 2014년 3월 3000원대이던 주가는 5월 초 1만5100원대까지 단기급등했다. 장씨는 보유주식을 고가 처분해 12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공모한 대가로 장씨의 차명주식을 싼 값에 산 시세조종꾼들과 원씨도 142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그 사이 주가는 5000원대(7월 말)로 반 토막났다. 검찰은 황 박사 등 에이치바이온 임직원도 조사했지만 공모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