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의 욕망·권모술수...세련된 화법으로 풀어냈죠"
영화 ‘명량’(1761만명)에서 이순신 역으로 각인된 배우 최민식(55·사진)이 오는 26일 개봉하는 ‘특별시민’에서 정반대 인물을 연기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며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 역이다. 이 영화는 권력을 얻는 합법적 수단인 선거를 둘러싼 비리와 음모를 파헤친다. 20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최민식을 만났다.

“촬영 당시에는 지금 같은 대선 상황이 올 줄 전혀 몰랐어요. ‘사람들이 이거 보겠느냐’며 걱정했을 정도입니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선거에 대해) 끝장을 보는 영화예요. 우리를 대신해 진짜 열심히 일해줄 사람이 누구인지, 내 판단이 과연 옳은지 한 번쯤 돌이켜보게 만들 겁니다.”

최민식은 ‘하우스 오브 카드’ 류의 외국 정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우리도 충분히 잘 만들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정치에는 권모술수가 넘치지만,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는 인물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짜임새 있게 조합해 설득력 있게 풀어낼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겼어요.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본격 정치영화 바람이 불기를 바랍니다.”

극 중 변종구는 현실 정치인의 속성을 그대로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정치 9단이다. 선거 공작의 일인자인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의원(곽도원 분)을 파트너로 삼고, 토크쇼에서 자신에게 쓴소리를 한 광고전문가 박경(심은경 분)을 영입해 선거에 뛰어든다.

“변종구는 말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달변가예요. 그러나 화려한 말과 다른 속내를 지녔지요. 권모술수에 능하고 표리부동한 인격체예요. 이면의 행위들을 돋보이게 하려면 화술이 뛰어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야 양면성의 밸런스가 빛을 발할 것으로 봤어요.”

변종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비난을 능수능란하게 받아넘긴다. 정치란 ‘쇼’이자 ‘볼거리’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토론회에서 과로로 쓰러져 입원한 변종구에게 그와 가까운 기자(문소리 분)가 “쇼하신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정치가 뭐라고 생각하나. 쇼야”라고 답한다. 이 장면은 최종 편집본에서는 잘라냈지만, 핵심을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유세기간 중 딸의 자동차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딸에게 뒤집어씌운 장면도 그렇다.

변종구는 ‘명량’과 ‘대호’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올바른 신념의 인물과는 대척점에 있다. 변신하고 싶었다고 한다.

“착하게 살았으니까. 이제는 못되게 살자고 생각했죠. 나도 사람인데, 착한 동네에서만 사는 건 재미없거든요.”

‘명량’은 대박을 거뒀지만 ‘대호’는 쪽박을 찼다. 그는 출연작을 선택할 때 관객 수에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출연작이 흥행할 수는 없으니까요. 진정성을 담았느냐가 선행돼야 합니다. 대중이 좋아할지는 그다음 문제죠. 흥행에 실패했을 때 반성할 필요는 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