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우리은행 첫 성적표는 '어닝 서프라이즈'
우리은행이 지난 1분기 637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6년여 만에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말 과점주주 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내놓은 첫 번째 성적표로 시장 예상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일회성 이익과 대손비용 감소로 실적 개선폭이 컸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6375억원의 순이익(연결 기준)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4433억원)보다 43.8% 증가한 수준으로, 2011년 2분기(7653억원) 이후 최대다. 지난해 4분기(1554억원)와 비교하면 네 배가량으로 늘었고 증권가 추정치 평균(4567억원, 에프앤가이드 집계)을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이처럼 1분기 순이익이 급증한 데는 중국 화푸빌딩의 대출채권 매각이익(1706억원)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1분기 순이익(6375억원)의 26.7%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은행은 화푸빌딩에 대한 지급보증 및 대출을 2011년 말 손실 처리했지만 최근 빌딩 매각 대금을 일부 회수하면서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부문별로 봤을 때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이자이익은 1조262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437억원)보다 소폭(190억원, 1.5%) 증가했지만 비이자이익이 449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652억원)보다 69.5% 늘어났다. 주가연계신탁(ELT), 펀드, 외환 관련 실적이 크게 호전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익창출 능력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올 상반기에 1조원 이상 순이익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이자마진(NIM)은 1분기 1.44%로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1.37%까지 떨어졌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지난해 1분기 수준까지 회복했다. 자산 건전성도 개선됐다. 조선3사(SPP조선, 대선조선, STX조선)를 제외한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79%, 명목연체율은 0.45%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자회사를 제외한 우리은행의 개별 기준 순이익은 6057억원으로 집계됐다. 자회사인 우리카드는 293억원, 우리종합금융은 4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1분기 크게 개선된 성적표를 들고 다음주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설 예정이다.

이 행장은 지난해 유럽, 미국 등지를 돌아다니며 직접 우리은행 실적과 전망을 설명하면서 주가 부양과 민영화 작업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21%) 매각을 위해 이 같은 실적 자료를 앞세워 직접 해외 투자자 유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