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를 때 잠시 십자가를 대신 져준 구레네 시몬이 계란 장수였다는 설이 있다. 또 십자군 전쟁 당시 부활절 계란 풍습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징병 된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이 마을 사람들의 친절에 보답하고자 계란에 색을 칠하고 가훈을 적어 나눠 준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다.
독일 작가 페터 제발트가 쓴 '가톨릭에 관한 상식사전'에 따르면 10세기 이집트의 그리스도교 신자들 사이에는 부활절에 계란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었다. 제발트는 "계란은 거의 모든 문화와 종교에서 다산과 부활을 상징한다"며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상징성이 더 강화되었다"고 적었다. 계란은 훼손되지 않은 껍데기 때문에 죽음을 이겨낸 예수의 부활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마이클 폴리 미국 베일러대학교 교부학과 교수는 저서 '가톨릭 신자는 왜 금요일에 물고기를 먹는가'에서 "그리스도교를 새 생명이 탄생하는 봄의 상징으로 여기는 중에도 계란은 돌무덤의 단단한 표면에서 그리스도가 부활한 징표라는 새로운 의미를 띄었다"고 설명한다. 이어 "부활 시기에는 계란도 맛이 있었는데, 사순절의 금식 기간에는 전통적으로 계란 섭취를 금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대 전례학 교수인 윤종식 신부는 "부활이라는 것 자체가 죽음의 세계를 이기고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나온다는 의미에서 계란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부활의 상징으로 계란이 많이 사용되긴 하지만 나라마다 부활절 풍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윤 신부는 "이탈리아에서는 아이들에게 계란 모양의 초콜릿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주로 비둘기 모양의 빵을 준다"며 비둘기 모양의 빵은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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