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북제재 강화, 美 환율조작국 지정 제외 '주고받기' 주목
中, 북핵 평화적 해결 원칙속 대북제재 강화할듯…北태도 관건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미중 무역불균형 문제를 연계한 미중 양국 간 '빅딜'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6∼7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의 미중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나흘 만인 12일 전화통화로 재차 접촉한 것을 계기로 상황 변화가 두드러진다.

북한의 핵포기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제안에 시 주석이 '호응'하는 식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조금씩 나오는 모양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되짚어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군사 행동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책을 연발하면서, 중국에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 무역 불균형 문제와 관련한 요구 수위를 낮춰주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중 정상회담 와중에 시리아 폭격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핵항공모함인 칼빈슨 전단을 한반도로 이동시키는 등 한반도에 전운을 최고 수준으로 고조시킴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막고 중국을 움직이게 하려는 '미치광이 전략'을 편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12일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의지를 철회했다.

대선 기간부터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의지를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주장도 후퇴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 해결과 미중 무역불균형 문제를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사실 북한 문제와 미중 무역불균형 연계 해법은, 북한과 중국 모두를 압박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으며 트럼프 미 행정부가 주창해온 이른 바 '중국 책임론'의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이 해법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방의 자신의 패를 전혀 예측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이다.

중국으로선 자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미 행정부 기류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그런 연계 해법에 마냥 즐거워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강경 압박'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확인한 중국은, 나름대로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당국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과 관변학자들이 최근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해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한 발언을 쏟아내며 북한에 6차 핵실험 등 도발 자제를 연일 촉구하는데서도 잘 나타난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일정 수준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암묵적인 협조를 하면서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서 더 나아가 두 정상이 무역·환율분야의 대(對) 중국 제재 방침을 철회하는 것을 조건으로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압박에 나서는 '빅딜'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전략적 완충지로서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탈피,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내세워 핵을 포기하고 개방으로 나아가도록 대북정책의 방향을 새로 짜야 한다.

13일 베이징 소식통은 6∼7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7시간 머리를 맞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12일 또다시 전화통화한 것은 북한에 강한 경고를 주려는 목적을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이 북한 문제 해결에 전면에 나서,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미국과도 무역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한 장도에 돌입한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무력으로 한반도의 현 상황을 풀 수 없다"면서 "이런 북한 상황에 대해 도발하면 누구든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뒤 "현재의 긴장 속에 대화로 돌아오는 기회가 생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철회 조치가 시진핑-트럼프 전화통화 이후 나온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중 정상 간에 북한 문제를 주제로 전화통화한 사실이 보도된 이후 중국이 몇 개월 동안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

그들은 환율조작국이 아니다"면서 이번 주 나올 예정인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 기사가 공개됐다.

미중 간에 '주고받기'가 이뤄지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북한문제 해결을 도와주면 무역협상에서 양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대중 무역적자를 원하지는 않지만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일정 수준의 적자를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제재가 효과를 거두고 있지 않다며 압박 강화를 요청하자 시 주석은 "모든 정세를 지켜보고 진지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언급대로라면 북핵 해결과 무역불균형 연계 해법을 내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 주석으로선 미국이 무역 문제를 일부 양보하면서까지 북핵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고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피해가기 어렵게 됐음을 인식했을 수도 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향한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중국이 이미 공언한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기존 북한 문제 해법의 총론이 바뀌지는 않을지라도 각론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1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보호하며, 평화적 방식을 통한 문제해결을 원한다(중국식 표현으로 '3대 견지'). 미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에 소통과 협조를 유지하고 싶다"고 한데서도 어구상 변화가 있다.

3대 견지 가운데 세번째 표현은 그동안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었으나 "평화적 방식을 통한 문제해결"로 바뀐 것이다.

물론 이런 표현 변화는 대북 압박 일변도인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비(非) 평화적인 방법은 아니더라도 '대화와 협상'이 아닌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의 변화로도 읽힌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조만간 방북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 대표의 방한을 통해 6자회담 대화의 틀 가동에 나섰다면, 그 다음 차례로 방북해 북한 설득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우다웨이 특별대표가 14일 평양에 갈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중국과 북한 사이에 정상적인 왕래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혀, 방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이 중국까지 가세한 압박 분위기에 정면 대응하고 나선다면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