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끌어낸 유나이티드항공의 세가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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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자사 승무원을 태우려고 강제로 승객을 끌어냈다가 미 의회 조사까지 받게됐다. 승객을 짐짝처럼 끌어내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나이티드의 위기를 세 가지 잘못 탓으로 보고 있다. △오버부킹(초과예약) 때문에 승객을 끌어냈다는 발표가 거짓으로 드러난 점 △소셜미디어 시대에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히 한 점 △지난 달 레깅스를 입은 승객의 탑승을 거부했다가 소동이 생기는 등 구설수가 많았지만 방지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 등이다. 이정연 서울대 교수(경영학부)는 “유나이티드항공은 고객만족보다 비용감축에 집중하는 등 실적 중심의 기업문화를 가진 곳”이라며 “이런 문화가 승객 경시로 이어져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①두 번의 거짓말
소동이 벌어진 건 지난 9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에서다. 켄터키 루이빌로 향할 예정이던 유나이티드 3411편에서 아시아인 남자 승객이 공항 경찰 등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 승객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보면 경찰이 자리에 앉은 승객과 얘기하다 힘으로 끌어내자, 비명을 지르던 승객은 배가 드러난 채 출입문 쪽으로 질질 끌려갔다. 유나이티드측은 오버부킹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작위로 하차할 승객 네 명을 정했고, 이 중 한 명이 거부하자 경찰을 불렀다고 밝혔다. 회사 대변인인 찰리 호바트는 AP통신에 "우리는 정당한 절차를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최고경영자(CEO)인 오스카 무노즈가 10일 임직원에 보낸 편지를 분석해 ‘회사측이 늦게 도착한 승무원을 태우려고 티켓을 사서 정당하게 탑승한 승객을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오버부킹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전희준 건양대 교수(경영학과)는 “오버부킹은 승객이 기내 탑승하기 전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며 “탑승한 승객을 강제로 내리게 한 건 전적으로 항공사측 잘못“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승객을 하차시키기 위해 공항 경찰에 소동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하게 표를 산 승객이 하차 요구에 반발하자 거짓으로 신고한 것. 하차 대상으로 뽑힌 4명 중 3명이 아시아인이란 사실이 밝혀지며 인종차별 문제도 불거졌다. 끌려나온 이는 베트남계 미국인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69)로 사건 초기 중국계로 알려져 중국내에서 큰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②소셜미디어시대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소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되며 회사측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정작 유나이티드의 대응은 느렸다. 무노즈 CEO는 10일 임직원에 보낸 편지에서 "승무원들은 규정을 따랐다"며 "단연코 여러분 모두를 지지하고, 비행기가 제대로 운항하기 위해 계속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뭇매를 얻어맞자 11일 “어떤 승객도 이렇게 잘못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꼬리를 내렸다.
위기관리 컨설팅 업체인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용민 대표는“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 퍼졌지만 정작 CEO는 종이로 된 보고서를 받고 단순한 사안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며 “사람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반응을 내놔 더 많은 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③승객 경시 기업문화...재발방지대책 없이 방치
유나이티드항공은 인종, 종교, 성적 차별 등으로 악명이 높다. 유나이티드 승무원들은 2013년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를 조롱하는 듯한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가 물의를 빚었다. 2015년 6월에는 음료수를 요구한 이슬람교도 여성에게 "캔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가 비난받았다. 지난달엔 ‘레깅스를 입고 탑승하는 것은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10대 소녀 두 명의 탑승을 거부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나이티드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미 상원의 존 툰 상무위원장 등 중진 의원 4명은 11일 유나이티드항공과 시카고 공항당국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버부킹으로 인해 승객을 퇴거시키는 것과 관련한 규정 및 승객이 이미 탑승했을 때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유나이티드항공을 조롱하는 해시태그 달기가 퍼지고 있다. 지주회사인 유나이티드 콘티넨털 홀딩스의 주가는 11일 장중 최대 4%까지 빠졌다가 1.13% 하락한 채 마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불행한 사건"이라며 "회사 측과 법 집행 당국 모두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전문가들은 유나이티드의 위기를 세 가지 잘못 탓으로 보고 있다. △오버부킹(초과예약) 때문에 승객을 끌어냈다는 발표가 거짓으로 드러난 점 △소셜미디어 시대에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히 한 점 △지난 달 레깅스를 입은 승객의 탑승을 거부했다가 소동이 생기는 등 구설수가 많았지만 방지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 등이다. 이정연 서울대 교수(경영학부)는 “유나이티드항공은 고객만족보다 비용감축에 집중하는 등 실적 중심의 기업문화를 가진 곳”이라며 “이런 문화가 승객 경시로 이어져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①두 번의 거짓말
소동이 벌어진 건 지난 9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에서다. 켄터키 루이빌로 향할 예정이던 유나이티드 3411편에서 아시아인 남자 승객이 공항 경찰 등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 승객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보면 경찰이 자리에 앉은 승객과 얘기하다 힘으로 끌어내자, 비명을 지르던 승객은 배가 드러난 채 출입문 쪽으로 질질 끌려갔다. 유나이티드측은 오버부킹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작위로 하차할 승객 네 명을 정했고, 이 중 한 명이 거부하자 경찰을 불렀다고 밝혔다. 회사 대변인인 찰리 호바트는 AP통신에 "우리는 정당한 절차를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최고경영자(CEO)인 오스카 무노즈가 10일 임직원에 보낸 편지를 분석해 ‘회사측이 늦게 도착한 승무원을 태우려고 티켓을 사서 정당하게 탑승한 승객을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오버부킹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전희준 건양대 교수(경영학과)는 “오버부킹은 승객이 기내 탑승하기 전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며 “탑승한 승객을 강제로 내리게 한 건 전적으로 항공사측 잘못“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승객을 하차시키기 위해 공항 경찰에 소동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하게 표를 산 승객이 하차 요구에 반발하자 거짓으로 신고한 것. 하차 대상으로 뽑힌 4명 중 3명이 아시아인이란 사실이 밝혀지며 인종차별 문제도 불거졌다. 끌려나온 이는 베트남계 미국인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69)로 사건 초기 중국계로 알려져 중국내에서 큰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②소셜미디어시대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소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되며 회사측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정작 유나이티드의 대응은 느렸다. 무노즈 CEO는 10일 임직원에 보낸 편지에서 "승무원들은 규정을 따랐다"며 "단연코 여러분 모두를 지지하고, 비행기가 제대로 운항하기 위해 계속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뭇매를 얻어맞자 11일 “어떤 승객도 이렇게 잘못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꼬리를 내렸다.
위기관리 컨설팅 업체인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용민 대표는“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 퍼졌지만 정작 CEO는 종이로 된 보고서를 받고 단순한 사안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며 “사람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반응을 내놔 더 많은 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③승객 경시 기업문화...재발방지대책 없이 방치
유나이티드항공은 인종, 종교, 성적 차별 등으로 악명이 높다. 유나이티드 승무원들은 2013년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를 조롱하는 듯한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가 물의를 빚었다. 2015년 6월에는 음료수를 요구한 이슬람교도 여성에게 "캔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가 비난받았다. 지난달엔 ‘레깅스를 입고 탑승하는 것은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10대 소녀 두 명의 탑승을 거부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나이티드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미 상원의 존 툰 상무위원장 등 중진 의원 4명은 11일 유나이티드항공과 시카고 공항당국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버부킹으로 인해 승객을 퇴거시키는 것과 관련한 규정 및 승객이 이미 탑승했을 때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유나이티드항공을 조롱하는 해시태그 달기가 퍼지고 있다. 지주회사인 유나이티드 콘티넨털 홀딩스의 주가는 11일 장중 최대 4%까지 빠졌다가 1.13% 하락한 채 마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불행한 사건"이라며 "회사 측과 법 집행 당국 모두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