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앤아버의 미시간대학에서 공공정책을 주제로 공개연설을 한 뒤 현장 질의와 함께 트위터로 일반인들의 질문을 받았다.

“중앙은행은 ‘공기’에서 돈을 찍어내나요? (돈을 푸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합니까?”

“Fed가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매입하는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나죠?”

“당신은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했는데, 저금리는 여전히 모든 자산의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과 (경제적) 불평등의 증대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시나요?”

이날 옐런 의장에 트위터를 통해 쏟아진 일반인들의 질문은 Fed의 기본 역할에 대한 초보적인 질문에서부터 통화정책의 부작용을 질타하는 내용까지 다양했다.

이중 옐런 의장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던 질문은 하나에 불과했다. 30분간의 문답이 현장 질의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질문도 “양적완화(QE)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쉬운 내용이었다. 옐런 의장은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면서도 “QE의 효과가 과장돼서는 안되지만 성공적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비켜갔다.

이날 옐런 의장이 준비한 메시지는 “더 이상 경기 부양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Fed의 목표는 미국 경제가 순항하도록 돕는 것이며, 긴축 속도를 높여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겠지만 이전처럼 자동차의 엑셀을 심하기 밟아 ‘연료’(유동성) 공급을 늘리지는 않겠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옐런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지도, 서두르지도 않겠다는 신호를 다시 한 번 보냈다”고 분석했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전제돼 있긴 하지만 옐런 의장의 소통방식이 이전에 비해 훨씬 개방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시장을 끌고 가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게 옐런 의장에 대한 월가의 평가였지만 지금은 “내가 깃발을 들테니 따라오라”는 자신감이 넘친다는 설명이다.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Fed의 이같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통화정책은 주기적으로 열리는 정책회의 성명서로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다.

통화정책회의 의사록(minute)의 공개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도 여전하다. 반대론자는 의사록이 공개될 경우 위원들이 시장의 비판을 의식해 소신있는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통화정책 과정의 치열함이 떨어져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찬성론자는 중앙은행과 시장과의 교감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각 국 중앙은행은 회의록 전문(全文)을 공개하기보다는 발언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발언 요지만 회의가 끝난 뒤 일정기간이 지난 뒤 공개하는 타협안을 선택하고 있다.

월가의 한국계 금융회사 관계자는 “Fed와 비교해 한국은행(BOK)은 다소 폐쇄적”이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과이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도 한은 총재와 회의록 뒤에 숨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언제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장 참가자는 물론 일반인들과 정책을 교감할 수 있을까.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